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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친인척 약발은 시들지 않았다
고위층을 사칭한 사기꾼들은 각종 이권사업에 편의를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한다. 나이 70대의 한 사기범은 김 대통령 당선 직후인 98년 1월부터 “나는 DJ를 위해 교도소를 왔다갔다 한 사람이다. 한화갑, 김옥두 등은 야당 시절부터 내가 먹여살렸기 때문에 무엇이든 들어준다”면서 취직알선을 미끼로 피해자에게 수천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그는 구속되던 올 7월까지도 틈만 나면 “김홍일 의원은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른다”고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대통령 측근이나 고위층을 빙자한 사건에 비해 친인척을 사칭한 사건들은 실제 내용을 보면 너무나 터무니없어 담당 수사관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다. 8월에는 자신이 이희호씨와 6촌지간이라면서 한국마사회 장외발매 사업권을 주겠다고 속여 교회 신도들을 현혹했던 목사 이아무개(64)씨가 사기미수로 걸렸다. 그는 지난해 초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사업장 25군데 중 5곳이 아태재단이 운영하는 것이라는 둥 그럴듯한 거짓말을 대기도 했다. 수년간 자신이 고위층인 양 행세하고 다닌 이도 있다. 9월2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붙잡힌 문아무개(48)씨는 전 정보사령관 문아무개 장군으로 가명 행세하면서 대통령안보자문위원이라고 사칭했다. 그가 쓴 수법은 서류위조 따위가 아니라 청와대 회의에 다녀왔다며 바쁜 티를 내거나 휴대전화로 이름난 판사, 청와대 수석비서관, 재경부 장관 등의 이름을 들먹이며 권위를 과시한 뒤 피해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식이었다. 지난 봄 광주에서 있었던 ‘디제이 친필사인 도자기 사건’은 대통령 친인척 빙자 사건이 지역을 등에 업고 이뤄진다는 ‘설’을 뒷받침해준다. 이는 5·18 관련자 몇명이 이천 도자기 공장에서 제작한 백자 도자기에 대통령 친필 사인을 새겨넣고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에게 수백만원씩 웃돈을 받고 팔려고 모의했던 사건이다. 관련 단체 간부들이 가짜 5·18 피해자 보상문제로 무더기로 잡혀가는 바람에 결국 미수에 그쳤지만. 친인척 빙자 사건의 수사 과정은 여러 경로를 거친다. 얼마 전 공식 해체된 사직동팀에서 내사한 뒤 청와대로 보고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이 검토한 뒤 검찰 특수부나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보내는 방식이다. 간혹 경찰청 자체 첩보망에 걸리기도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친인척 담당과에도 대통령 친인척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민정수석실에서 단속하고 관리하는 친인척 범주는 대통령 내외 8촌까지의 친척이나 가까이 지냈던 먼 친척들이다. 그러나 ‘사돈의 팔촌’까지 행세하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청와대쪽은 하소연한다. 지난 10월 중순 수원지검에 고발된 김아무개씨 부부는 이희호씨 여동생의 시댁 조카라는 걸 내세워 사람들에게 공사대금을 떼먹거나 돈을 빌려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접수받은 청와대 담당자는 “하루 노동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니 사정은 딱하지만, 전산망에도 안 나와 있는 사돈댁 친척들까지 어떻게 일일이 관리하겠느냐”며 “피해자들에게 ‘법을 통해 구제받으라’는 이야기밖에 해줄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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