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 사진 · 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19xx년 9월○일 토요일 맑음.
가을운동회.
탕!
화약총 소리가 나자마자 힘껏 달렸다.
그런데 내 옆 얄미운 뚱보가 나를 밀쳐 넘어지고 말았다.
총연습 때는 2등을 차지했는데 너무 약이 오른다.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끝까지 달렸다.
초등학교 땐 누구라도 한번씩은 이런 일기를 썼을 것 같다.
9월15일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 중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가을운동회가 열렸다. 풀꽃을 닮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찬 운동장엔 한여름 폭염으로 메말라가는 고추를 지켜보면서 한해 농사를 끝낸 어른들의 넉넉한 마음이 어우러져 청명한 하늘빛과 함께 만국기가 휘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