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산타의 전율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서 얼마 전 프랑스에 사는 한 지인이 한국을 찾았을 때 들려준 얘기 한 토막이 생각났다. “프랑스 아이들에게 산타는 나눔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다. 아이들이 잘못을 했건 안 했건 간에 아무런 조건 없이 선물을 주는 산타에 대해 프랑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나도 아무 조건 없이 다른 사람과 나누고 함께하는 마음을 가져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가르침 때문에 어른들은 산타에 대한 기대가 깨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우리 주위로 눈을 돌려보면 요즘의 크리스마스 풍경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특히 구제금융시대를 겪으면서 많은 부모들이 ‘산타 같은 것은 없단다’라고 말해 아예 기대감을 꺾어버리거나, 산타보다는 부모에게 고마움을 느끼도록 선물을 직접 전해주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혹시 우리 아이들이 ‘산타는 왜 한국에는 오지 않는 걸까’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지 않은지 챙겨볼 때인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이면에는 어쩌면 때늦은 후회와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혹시라도 아이가 어머니 주검과 함께 지내며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적개심을 품지는 않았을까’ 또는 ‘아이가 이 사회에 저주를 퍼부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등등으로 우리 모두 전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우리 사회가 아직도 맑고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제 아이의 처지를 동정하고 걱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다운 나눔과 소통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실업대책이나 빈곤층 대책이 중요하지만, 그러나 우선 경기를 상승 국면으로 돌려놓고 그 다음에 빈곤층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체력을 향상시키지 않고 바로 치료와 수술에 들어가면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밝힌 대목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한다는 말인데 그답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자살이 잇따르고 있으며, 그 아이의 가정처럼 사회복지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곳이 널려 있는데도 언제까지 경기회복 타령만 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가족의 주검이 집안에 방치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분배를 통한 성장이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