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만평/사진 > 포토 스토리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7월10일 제718호
새만금의 빈 배

어업용 면세유 한 드럼에 20만원 돌파… 줄어든 어획량에 구인도 어려워 조업을 못하는 어민들

▣ 전북 비안도=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면세유 폭등, 어획량 감소, 선원 구인난 등 삼중고에 어민들이 바다를 떠나고 있다.

지난 7월2일 새만금 방조제 앞 비안도에서 만난 어민들은 “끝 모르게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배를 띄워봤자 적자”라며 푸념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어민들이 조업 포기 상태에 이른 것은 유가 고공 행진 속에 어업용 면세유 경유 한 드럼(200ℓ)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20만원을 돌파했기 때문. 지난해 면세유 경유 가격은 11만원이었다. 당시 어선이 한 번 출항해 30일 조업을 하는 데 1500만원의 연료비가 들어갔다면, 지금은 3천만원 정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오랫동안 출어를 포기한 배.

선주 박운기(62)씨는 “고기를 잡아도 선원 인건비, 어구 구입비 등을 제하면 선박 운영비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조업을 하는 만큼 적자가 불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어제 10만원어치 기름 넣고 오징어, 우럭을 잡아 팔았는데 13만원 받았다”며 소주잔을 들이켰다 “언론에선 경유 얘기만 하는데 소형 선박은 휘발유를 쓰기 때문에 못사는 어민만 죽어간다”고 말했다.

비안도의 어족자원 감소도 어민들을 바다에서 떠나게 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으로 유속이 느려지고 어획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박영옥(61)씨는 “작년만 같아도 해볼 만했어요. 소 죽으러 가는 것과 똑같아요”라며 새만금 방조제 사업에 찬성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땐 보상에 눈멀었지” 하며 혀를 찼다.

어민들이 생계 터전인 바다를 떠나면서 어업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년 새 배로 오른 어업용 면세유 가격은 어민들에게 ‘기름폭탄’이나 다름없다.” 최영식(54)씨는 “육지의 화물연대처럼 군산 항구라도 막고 싶은 심정”이라며 “어민들이 버틸 수 있는 기름값은 드럼당 1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비안도 어민들은 새만금 사업에 찬성했다. 1억~2억원의 보상금은 빚잔치로 끝나고, 바닷물의 유속이 약해지고 고기가 줄자 그때 반대할 걸 잘못했다고 후회한다.


△ 한 주민이 갓 잡은 조개를 까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뒤 채취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 한국전력공사 군산지점 비안도 내연발전소의 이덕우 소장은 기름값이 올라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직원들이 정기점검을 하고 있다.


△ 새벽 3시. 여느 때 같으면 멸치와 오징어를 잡느라 분주했을 밤바다가 조용하다.


△ 새만금 방조제에서 비안도까지 소형 선박으로 8분 거리다.


△ 연안 어선(소형 선박)의 80%가 휘발유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