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만평/사진 > 포토 스토리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12월13일 제689호
필카는 손으로 기억하죠

40년간 필름 카메라만 수리해온 손한경씨, 대를 이어 카메라 들고 오는 손님들

▣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디지털 카메라(디카)에 밀려 사라질 줄 알았던 필름 카메라(필카)가 온라인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필카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다. 흔히 ‘손맛’이라고 일컫는 셔터감과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감 때문. 사진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카와 달리 결과물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기록이라면, 필름 카메라는 기억입니다. 느림과 기다림의 맛.” 필카를 들고 사진 작업에 나선 마니아 이지훈씨의 말이다.

이런 필카 마니아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40년 넘게 필카만을 수리해온 손한경(57)씨. 마니아들에겐 아내, 또는 남편 같은 존재이다.


△ 충남 당진이 고향인 손한경(57)씨는 17살에 서울로 올라와 종로구 예지동의 지금 이 자리를 떠나본 적이 없다.

손씨가 운영하는 수리점의 주 고객은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필름카메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번 고친 카메라는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손씨. 한번은 많이 본 듯한 물건이 들어왔기에 물었더니 ‘대를 물린 것’이었다면서 “카메라와 함께 고객도 대를 물렸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필카는 하루가 다르게 새 기종이 출시되는 디카와 달리 옛날에 나왔던 중고 제품이 돌고 돈다. 대부분 10~20년 동안 장롱 속에 숨겨져 있었기에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다. 필카 마니아들이 늘고, 장롱 속의 카메라가 세상 밖으로 나들이하는 일이 잦아질수록 손씨의 손길도 바빠진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한다.


△ 손씨의 보물창고. 못 쓰게 된 카메라를 구입해 필요한 부속품을 떼어내 수리한다.

요즈음 필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종은 올림푸스 PEN EE-3이다. 수리하러 오는 사람도 많고, 중고를 구하는 사람도 많다. 24장짜리 필름으로 48장을 찍을 수 있고 노출과 거리를 맞출 필요도 없어, 수학여행 때 동네 사진관에서 빌려가던 가난한 시대의 싸구려 카메라가 필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품 카메라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카메라 골목 ‘보고사’의 주인 손씨는 뿌연 전기 스탠드 불빛 아래서 손 감각만으로 카메라를 고친다. 손씨는 “요즘 카메라 수리는 대부분 부품을 교체하는 것뿐”이라며 “고칠 줄 모른다니까”를 연발하면서도 눈길을 손끝에서 한시도 떼지 않았다.


△ 수리하기 위해 분해한 카메라 본체.



△ 필카 마니아들은 ‘찰칵’ 하는 셔터 소리와 한컷씩 찍어나가는 신중함 때문에 필카를 선호한다.


△ 손씨의 가게 입구.


△ 공학박사 유경종씨가 인터넷에서 20만원을 주고 장만한 니콘 F3 카메라 레버 수리를 맡겨 수리하는 동안 사진기 정보를 주인과 나누고 있다.


△ 손씨는 뿌연 전기 스탠드 불빛 아래서 손 감각만으로 카메라를 고친다. 이렇게 하루에 20여 대의 카메라를 수리한다.


△ 손씨의 작업장. 다양한 수리 도구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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