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만평/사진 > 포토 스토리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6월21일 제665호
힘차게 날아올라라, 다음엔 좀더 높게

멸종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황새를 복원해 제한적으로 자연 방사 하는 날

▣ 청원=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 사진= 황새복원연구센터 제공

멸종 위기에 처해 국제보호 조류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황새는 8·15 광복 때만 해도 흔했던 텃새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식량 증산을 위한 농약 살포, 밀렵으로 급격히 그 수가 줄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새는 1994년 서울대공원에서 죽었다.


△ 6월15일 오후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서 5살 된 수컷 황새 ‘부활’과 6살 된 암컷 ‘새왕’이가 방사되었다. 황새는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 연구원들과 마을 주민들 앞에서 힘찬 날갯짓을 보였다.(사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충북 청원군 강내면 다락리 한국교원대 캠퍼스 내 황새복원센터에서는 황새들이 자연 방사될 날을 기다리며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아직은 그물로 뒤덮인 좁은 집 안에 갇혀 있지만, 웅덩이와 개울가, 물 고인 논바닥에서 미꾸라지를 찾고 개구리를 잡아먹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 건강 상태가 좋은 암수 한 쌍을 골라 6월15일 첫 방사를 했다.

완전한 자연 방사는 아니다. 문화재청과 환경부의 지원으로 청원군 미원면에 2천 평 정도의 방사장을 짓고 사람 키만 한 보호막을 쳤다. 날개의 균형이 맞지 않아 멀리 날지 못하도록 황새의 한쪽 날개깃을 30cm 잘랐다. 황새 한 마리가 서식하는 데 필요한 면적, 먹이의 종류와 양 등에 관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다.

황새복원센터 연구팀은 이번 방사장이 만들어진 청원군 미원면 주변으로 방사장도 넓히고 방사 황새 수도 늘려 ‘황새마을’로 만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쯤에는 보호막을 걷어 완전히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 황새는 좀처럼 짝짓기를 하지 않아 번식이 어렵다. 짝짓기 중인 한 쌍.올3월 연구동에 있는 37마리 중 세 쌍이 짝짓기에 성공,4마리가 동시 부화됐다.황새의 집단번식이 성공한 것은 11년 전 황새복원센터가 생긴 이후 최초로 3마리가 더 늘어 모두 44마리다.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1996년 러시아 등지에서 황새를 들여와 복원사업을 벌여왔다. 2002년에는 세계 네 번째로 인공 부화에 성공했고, 이듬해 자연번식에 성공했다. 현재 복원센터의 황새 사육장에는 44마리의 황새가 살고 있다. 제한된 수준의 방사지만, 황새가 우리나라 자연에서 모습을 감춘 지 36년 만에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다. 앞으로 주변의 논이나 연못에서 황새의 고고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날을 기대해본다.


△ 짚과 풀뿌리를 모아 만든 둥지에서 산란을 기다리는 황새 부부.


△ 산란한 뒤 품던 알들의 위치를 바꾸고 있다. 체온을 알들에게 고루 나눠주는 어미새의 마음이 느껴진다.


△ 부화 9시간 전의 모습. 어미새가 알을 품은 지 31~33일이 지나면 새끼가 나온다.


△ 어린 새끼에게 물어온 미꾸라지를 주는 모습.


△ 생후 6일, 11일,12일,17일째의 모습(위부터). 어린 시절 성장 속도가 빠르다. 황새는 태어나서 6개월간 어미의 보살핌을 받은 뒤 성체가 되어 독립한다.


△ 연구동 우리 안에서 황새들이 여름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연구원들이 황새를 방사하기 전에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