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충북 충주시 이류면사무소에서 운전원으로 근무하는 서수현(48·기능 8급·척추 지체장애 5급)씨는 농촌 주민들에게서 못하는 게 없고, 없어서는 안 될 '만능 기술자'로 불린다. 이류면의 가장 오지인 문주리 월은마을 이장집 한켠에 자비를 들여 용접기와 컴프레서, 에어공구 등 각종 장비를 비치해 베이스캠프로 삼고 마을 주민들을 위한 무한봉사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주시 목벌동 빈농의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한 뒤 운전기사, 정비기사 등으로 일 하다 지난 1990년 시청에 운전원으로 들어왔고, 지난해 10월부터 이류면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면 행정차량 운전인데, 문서 수발과 산불 순찰, 영농 현장지도 등으로 하루 종일 눈코 뜰 새가 없다. 하지만 퇴근 뒤나 휴일에 주민이 부르면 언제든 20~30km를 달려가 고장난 농기계와 전자제품, 전기전선과 보일러를 손봐주고 있다.

서씨는 1993년부터 3년간 퇴근 뒤 야간 직업학교를 다니며 현재까지 무려 18개의 각종 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못 배운 것이 늘 마음에 걸려 밤을 새워가며 공부한 끝에 지난해 4월 고졸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그가 갖고 있는 자격증은 대형 운전면허를 비롯해 굴착기, 지게차, 불도저, 로더 등의 운전면허와 특수용접, 전기·가스 용접, 공조냉동, 자동차 정비 및 검사, 농기계 정비, 농업기계산업기사 등이다. 이같은 자격증을 따놓고 놀려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서씨가 그동안 배우고 익힌 기술을 총동원해 주민들을 위해 봉사한 지도 10여년째다.

농기계가 고장날 경우 수리센터와 거리가 멀고 시일이 많이 걸리며 부속품 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이 만만치 않아 특히 영농철에 애를 많이 태워야 했던 주민들에게 이제 그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면 직원’이 됐다. “어렵게 배운 지식과 자격증을 묻혀두기보다 주민을 위해 봉사하며 뜻있는 일에 쓰고 싶었을 뿐”이라는 서씨는 “배운 것을 안 쓰면 까먹게 되지요. 그래서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 18개의 기술자격증을 가진 서수현씨(왼쪽). 그는 주민들이 밤낮으로 찾는 이류면의 '서반장' 이다.

△ 저녁 8시 마을 주민들이 수리를 맡기로 서씨의 솜씨도 구경할겸 이장집 작업장으로 온다.

△ 배터리 방전으로 작동이 안 되는 경운기를 손보고 있다.

△ 진공청소기 필터 교환을 한번도 안해 먼지가 모터 속까지 들어갔다. 모터를 분해해 고치는 중이다.

△ 30도를 웃도는 날씨.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흐른다.

△ 서수현씨가 근무하는 이류면사무소 내부 모습.

△ 이장집 한켠에 설치된 공구 창고가 그의 베이스캠프다.

△ 아파트 주변에 버려진 오디오를 주워서 수리하고 있다. 과수원 원두막에 설치한단다.

△ 밤 9시를 넘긴 시간 서수현씨가 떨어져나간 리어카 부품에 전기용접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