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호 표지이야기, 그 뒤]
검사들이 자주 쓰는 단어 가운데 ‘검찰의 원죄’라는 말이 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화두가 전 사회적으로 관심을 일으킬 때 검사들은 이 단어를 더 자주 인용한다. 이 말을 정리하면 “검찰 조직이 대한민국 수립 이후 군부독재 정권과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등을 거치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지라도, 정치권의 시녀 구실을 충실히 한 까닭에 지금 이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검찰의 시도는 일정하게 성공을 거뒀다. <한겨레21>은 이 점을 높이 사 ‘올해의 인물’로 대한민국 검사를 꼽았다. 다른 매체들이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나 송광수 검찰총장이라는 개인을 부각한 데 비해 <한겨레21>은 검찰 조직 자체에 주목했다. 이는 지난해 검찰 조직이 내부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는 점이 언론매체들에 의해 간과되고 있다는 사실이 취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 조직은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 사이의 토론이었던 ‘검사와의 대화’ 이후 총체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다. “대통령이 검찰 독립을 선언한 마당에 우리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분위기가 조직 전체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인터넷 한겨레> 독자들은 “자화자찬 일색이라 눈뜨고 보기가 민망하다”(나원참·kaikum)거나 “윗선에서 청탁이 안 들어오고 일선 검사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잘못 구설수에 올랐다간 낭패를 볼까봐 겁이 나서 잠깐 웅크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이종수·i1004u1004)는 의견을 보였다. 노 대통령이 ‘검찰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