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일본의 길을 살펴야 한다 [486호 표지이야기, 그 뒤]
사람이 정말 한치 앞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1997년 동아시아 국가들이 연쇄적인 외환위기를 겪기 직전까지도 ‘아시아의 기적’은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었다.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에도 미국에서는 ‘신경제’ 논란이 들끓었다. 중국의 고성장이 계속되면서, 지지난해에는 “중국 제조업이 한국 경제를 위협한다”고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지금 보면 중국의 고성장이야말로 한국 경제에 ‘박카스’가 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시각도 혹시 그렇지 않을까? ‘일본 경제, 잠을 깬다’는 기획은 과욕이었을지도 모른다. 평소 아무리 관심을 갖고 살펴왔다고 해도 며칠간의 취재로 한 나라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읽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하기에는 역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획을 밀고 나간 것은, 우리가 일본 경제 깎아내리기를 더 이상 즐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본은 느릿느릿 움직여왔지만, 어쨌든 변해왔다. 그리고 일본 고유의 감성이 살아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다시 한번 세계 경제에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와 무역거래가 많고 세계시장에서 수출 경쟁국가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전략은 많은 부분 일본으로부터 배워온 것이다.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을 일궈온 것도 그렇고,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식 임금제도에 바탕을 둔 고용제도도 비슷하다. 고령화 문제 등 일본이 먼저 겪은 문제를 우리가 뒤따라 겪는 것을 보면,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러나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우리는 외환위기로 각각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사이 가는 길이 많이 달라졌다. 일본은 고유의 시스템을 많이 보존하면서 문제해결을 추구해온 반면, 우리는 미국식 제도로 급격히 탈바꿈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서구인들한테 개혁을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본에 비하면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가 훨씬 심각해져 있다. 어느 쪽이 더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97년 위기 이후 우리가 걸어온 길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그사이 일본이 걸어온 길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야 사태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번 기획이 ‘서론’을 넘어서기는 어려울지라도,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