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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보도그뒤 등록 2003.11.20(목) 제485호

[보도그뒤] ‘구멍가게 노인’을 살려라

[483호 표지이야기, 그 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나 세계은행(World Bank) 회의 때 사적인 대화 석상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비관세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있다. 주로 노인 또는 중장년층이 운영하는 동네 구멍가게다.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별 희한한 논리도 만들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 구멍가게가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둔갑할 수 있을까?

미국쪽의 논리는 이렇다. “한국의 지역마다 동네 경제를 움직이는 축이 수많은 구멍가게들인데, 가만히 보면 대부분 노년층 고령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노인들은 값싸고 질좋은 외국 상품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외국 제품을 가게에 진열해놓을 생각도 없고, 오직 국산 제품만 팔고 있다.” 경쟁력 있는 외국 상품의 구멍가게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처방까지 제시한다. 하나는 구멍가게를 전부 없애고 대신 대형 월마트가 지역의 유통망을 장악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중년·노년 구멍가게 사장들은 어찌할 것인가? 그들이 내놓은 두 번째 처방은 이들 고령 자영업자가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도록 국가가 ‘충분한 연금’을 주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자유무역 주창자들이 자신의 이윤을 위해 사회복지를 더 확충하라고 요구하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의 처방은 적어도 지금 한국적 현실에는 적용될 수 없다. 우선 부유세를 거두고 고소득 전문직한테서 세금을 제대로 거둘 수 있다면 모를까, 국가가 예산을 들여 연금 수령액을 대폭 높이기는 매우 어렵다. 나아가 한국의 55살 이상 고령자들은 일본의 고령자 못지않게 ‘일하는 활동적인 노년’을 원한다.

다소 얘기가 빗나갔지만, 483호 표지이야기 ‘4050의 선택-임금피크제, 퇴출이냐 임금삭감이냐’에서 고령자의 노동과 노후소득 문제를 다뤘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 사회에서 구멍가게 노인을 포함한 고령자들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때임은 분명한 것 같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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