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 그뒤 ] 2003년10월22일 제481호 

지역주의에 대한 오해

[479호 표지이야기, 그 뒤]

<한겨레>와 <한겨레21>을 통틀어 정치 담당 기자를 몇해째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다루고 싶다는 생각과 다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함께 드는, 복잡미묘하고 민감한 주제가 바로 ‘정치와 지역주의’ 문제였다.

479호 표지기사 ‘노무현, 호남 빅뱅’을 다룬 뒤 독자들의 반응을 접하고도 역시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 주로 호남의 지역주의를 겨냥하고 있는데, 여러 근거로 볼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타당한 것인지’라는 비판적 의문을 바탕에 깔고 있었다.

그러나 편집자에게 보낸 독자들의 글은 정반대였다. 적잖은 독자들이 <한겨레21> 기사가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깃발에 공감하면서 그 주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의심하였다.

‘이녁 맴대로’라는 아이디의 독자는 “기자의 바람으로 몰아가기 위한 조선일보식 기사 아닌가 한다”면서 “호남은 갈 곳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새로울 것도 없다. 그저 바라만 볼 뿐. 하지만 노무현(신당)은 아니다 …참 아니다, 정말 아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역사인 것을…”이라고 했다.

기자는 우선 ‘내 탓이오’를 하려고 한다. 기자가 무슨 생각으로 기사를 썼건 관계없이 독자들이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였다면 오해와 실패의 책임은 기자에게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여전히 지역간 격차와 소외에 따른 감정의 응어리가 적지 않은 탓이려니라는 변명도 덧붙이고 싶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아니면 또 다른 지역의 문제이든 간에, 지역주의의 이면에 이성과 감성의 문제가 함께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종종 ‘오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느꼈다는 이야기다.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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