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 그뒤 ] 2003년08월06일 제471호 

디벨로퍼, 부동산의 신화

[469호 표지이야기, 그 뒤]

디벨로퍼? 어디서 한번쯤 들어본 듯도 한데 부동산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한테는 여전히 낯선 말이다. 왜 느닷없이 <표지이야기>가 ‘부동산을 주무르는 디벨로퍼’인가 하고 의아해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굿모닝시티 사건을 둘러싼 <한겨레21> 기획회의 도중 디벨로퍼의 세계를 들여다보자는 제안이 등장했다. 굿모닝시티 윤창렬 회장 역시 ‘실패한 디벨로퍼’다. 윤씨 같은 디벨로퍼들의 부동산 개발사업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뤄지기에 수많은 분양 피해자들을 낳는 것일까? 애초 기 의도는 그랬다. 낯선 ‘디벨로퍼의 세계’를 보여주되, 굿모닝시티 같은 수많은 ‘상가 분양 피해자’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파헤치자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취재에 들어가 보니 실상은 두 가지 점에서 달랐다. 우선 ‘피해자 없는’ 성공한 디벨로퍼가 많았다. 이들은 대형 복합쇼핑몰 등 상가에는 쉽게 덤벼들지 않고 있었다.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빼면 디벨로퍼의 세계를 온전히 보여주기 어려웠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겨레21> 사람들 주변에 ‘나홀로’ 디벨로퍼들이 의외로 많이 있었다는 점이다. 친구, 친척,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 등등. 부동산개발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하려고 시도 중인 사람들이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많이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특히 디벨로퍼를 자처하는 사람들한테서 나이와 과거 직업, 학력 측면의 어떤 뚜렷한 경향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디벨로퍼란 명함을 지닌 사람들이 여러 부류에 걸쳐 폭넓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으로 떼돈 번다’는 신화가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디벨로퍼들이 땅을 통해 엄청난 개발이익을 남기고, 그 땅 위에 세워진 주상복합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들 역시 매매차익을 통해 불로소득을 챙기는 한국 부동산시장. 이런 구조를 뻔히 아는 기존 지주들이 땅값을 더 올려 부르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땅값은 치솟고 아파트 분양가도 덩달아 치솟고, 결국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멀어져간다. 디벨로퍼가 ‘암약’할 여지가 아직도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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