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 그뒤 ] 2003년07월16일 제468호 

주검 사진 표지는 안 된다?

466호 표지이야기, 그 뒤

얼굴을 돌렸다. 피범벅이 된 한 청년과 그 옆에서 슬피 울고 있는 누이가 컴퓨터 안에 있었다.

466호 표지이야기 ‘아체의 통곡’ 기사를 송고받으며, 정문태씨로부터 33장의 현장사진을 이메일로 받았다. 문제의 그 사진을 보며 참혹함에 눈을 돌리기는 했지만, 이건 표지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끔찍한 주검 사진 너무 싣는다”는 이야기를 독자들로부터 자주 들었다는 데스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 주에 열린 독자편집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그래도 최종 마감날까지 그 사진을 고집했다. 물론 일부 독자들이 항의를 해올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감한 바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진뿐이었다. 아체의 현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드러내주는 장면이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현실에 비하면 사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현장을 뛴 정문태씨의 생각이기도 했다. 결국 제목활자로 주검의 목과 가슴을 좀 가리는 선에서 싣기로 했다.

예상했던 대로 독자들의 항의가 이메일과 전화로 이어졌고, 언론비평지인 <미디어오늘>에서도 이 논란을 실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끔찍한 주검 사진은 절대 싣지 말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사진이 드러내는 주변 정황과 메시지를 무시한 채, 사진의 게재 여부를 윤리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또 하나의 도그마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사진이 찍힌 현장에서, 유족들이 기자들을 안내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들에겐 망자의 초상권에 앞서,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아체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게 더 시급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독자는 전화를 걸어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체의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본문 사진에서 벌거벗은 여자아이를 그냥 내보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예상지 못한 문제제기를 접하고 고민을 해보았다. 아동인권 차원에서 아예 싣지를 말아야 하나, 아님 찍기 전에 팬티를 입히고 찍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하나. 나는 아직 모르겠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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