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 그뒤 ] 2003년06월18일 제464호 

연평도, 잔잔한 화약고

462호 표지이야기, 그 뒤

연평도 출장을 다녀와서 주위 사람으로부터 핀잔을 좀 들었다. <한겨레21> 표지이야기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꽃게도 떨고 있다고 겁을 줬는데, 정작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연평도 사람들은 꽃게 잘 잡고 별일 없이 잘살고 있다는 건데 어떻게 된 거냐는 거였다.

사실 4일 동안 연평도에 있었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했지만 연평도에서 이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게다가 북한 경비정이 넘어오거나 교전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군 당국이 출어를 막는 일도 없다. 때문에 연평도 주민들은 북한 어선 월선을 알 수도 없고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럼 연평도는 아무 일도 없는가. 겉보기엔 평화롭다. 부두에서는 아침이면 꽃게잡이 배가 출항했다가 오후 3~4시면 다시 들어오고, 섬 곳곳에는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만이 눈에 띌 뿐이다. 초여름의 한가롭고 고즈넉한 섬 풍경이다.

그러나 연평도 북쪽을 돌아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연평도에서 차를 몰고 5분만 가면 포장도로가 끊어지고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연평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대 주둔 지역이다. 도로 이정표에 느닷없이 ‘중화기 중대’ 등이 나오고 길목마다 무장한 해병대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요즘 해병대 연평부대는 조건반사적인 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1999년과 2002년 서해교전 상황을 분석해 수백 가지 북한 도발 유형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태세를 구축했다고 한다. 부대는 본격적인 꽃게잡이 철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하루 평균 2차례 실전과 같은 훈련을 벌이고 있다.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는 상황이면 24시간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운영 중인 초소를 15%가량 늘려 경계를 강화했다.

남북 무력이 팽팽히 맞서는 연평도 근처 바다는 사소한 ‘불씨’가 대폭발을 일으키는 화약고와 같다. 남북 충돌을 승전과 패전이라는 전투 중심의 잣대로 평가하다 보면 수십명의 남북 젊은이들이 연평도의 푸른 바닷속으로 사라진 비극은 잊어버리기 쉽다. 언제까지 99년 6월처럼 승전에 만세를 부르다가 2002년 6월 같은 패전에 분기탱천하는 일을 시계추처럼 되풀이할 것인가.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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