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이장님이랑 같이 쇨 줄 알았는데…
이옥자(61)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63-2
대추리·도두리도 추석을 맞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분주한 하루를 보낸 주민들은 추석맞이 노래자랑으로 765일째 촛불을 밝혔다. 손자들과 함께 노래자랑에 나온 이옥자 아주머니는 <흑산도 아가씨>를 불렀다.
추석이라고 동네에서 노래자랑 하니께 하는 거지. 잘하나 못하나 그냥 하는 거지. 사람들이 한번 해보라니께 한 거여. 명절이니까 아들 며느리 손자손녀 다 왔어. 애들 오니까 좋아. 가까운 데 살아서 자주 와. 명일인데 좋게 지내야 하는데. 동네가 이러니까, 이게 또 마지막이 될까 걱정이지. 즐겁게 명일 쇠는 게 아니라 걱정이 많지. 또 얼마 전에 국방부에서 나간 사람들 모아놓고 화합잔치다 뭐다 해놓으니께 사람들 마음도 안 좋고. 그게 다 거짓말이여. 그 사람들이 그랬다잖아. 국방부에서 뭐 써다주고 읽으라니께 그냥 읽었대잖아. 그래놓으니께 한 동네 살던 사람들 서로 얼굴 붉히게 되고 마음도 안 좋고 그랬지.
이번 추석에는 이장님이랑 같이 쇨 줄 알았는데 그게 걱정이지. 아이구, 나 그때 구치소 앞에서 촛불행사할 때 앞에 나가서 말했잖아. 앞에 나가 딱 서니까 이장님 엄마 아버지가 딱 내 앞이야. 우리네도 이렇게 아픈데 엄마 아버지는 어떨까 싶어 눈물이 나와서, 아휴. 쳐다볼 수도 없고. 9월22일 나올 줄 알았지. 설마했지. 이장 아버지 자꾸 마르는 것 좀 봐. 딱해 죽겄어. 뭘 해야 하나 몰러. 그렇다고 여기 사는 사람들 안 먹고 안 잘 수도 없는 거고. 이번에는 내보낼 테지 뭐.
나는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로 시집와서 61년 살았어. 저쪽 3반 뜸 살던 할머니가 중신해줘서 스무 살에 결혼했어. 우리 아버지 고향은 진위면, 엄마는 부여여. 아버지가 이불 보따리 하나 싸가지고서 여기 오신 거여. 옛날에 일해주면 밥이라도 얻어먹으며 사니께 두 양반이 생활력이 엄청났지. 아버지는 농사짓고 엄마는 스텐 장사하고, 아주 그냥 자식은 고생 안 시키겠다고 일을 얼마나 하셨다고.
우리 부모님도 여기서 계속 같이 싸우셨지.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2년 됐는데 국방부고 어디고 열심히 같이 다니셨어. 우리 아버지 신문에 뉴스에 많이 나왔어. 노인양반이 빼삭 말라갔고 너무 가련하게 생겼는지, 인터뷰도 많이 하고 많이 나왔어. 그때 영농단 앞에서 무슨 집회하고 오셨다가 바로 돌아가셨지. 속상해 죽겠어. 아버지 돌아가시니께 엄마도 나가셨어. 나는 엄마 나가는 거 반대했는데. 아들네랑 살고 있는데, 노인양반들 편안하게 살아야 하는데 저렇게 나가서 사는 것도 편치가 않아. 우리네도 시간이 안 맞으니께 잘 못 가보고 그러지.
노인정에서 밥 많이 했지. 힘들었지. 다 연세 많은 양반들이고 내가 젊으니께 했는데. 그때 너무 힘드니께 몸이 아프더라고. 올봄 한참 일할 때 한 달 내내 밥할 때는 많이 힘들었지. 할머니들이 하는 거 아니여. 70, 80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는 거지. 그래도 그때만 해도 재미났었지. 올봄에는 자신감을 갖고서 재미나게 했어. 밥만 먹으면 노인정 가서 일해야겠다 그 생각만 한 거지. 모 심고 사람들 밥 먹으러 오면 얼마나 재밌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쌀이고 뭐고 아까운 거 모르고, 쌀 없다고 그러면 40kg 갖다 딱 놓고 그랬지. 지우네 할머니랑 김양분 할머니 그 둘이 극성맞아 일도 많이 해. 마늘에 고춧가루에 김치에 그걸 다 갖다 댔지. 동네 돈, 대책위 돈 덜 쓰게 하려고 그랬지.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적으로는 재미나게 했지. 올해도 농사지으면, 설마 모 심어놨으니께 괜찮을 테지 그랬지. 누가 이렇게 가시철망 치고 경찰들 갖다놓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어.
요 우리 집 앞까지 바다였어. 게 잡아먹고. 미름챙이 뚝 따서 삶아 무치면 꼬들꼬들하니 맛있어. 고추장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그 큰 게 삶으면 오그라들어. 나무쟁이 뜯어다가 먹고. 뭐 이름도 뜻도 모르고 갯벌에 나니까 먹는 거지. 또 거기서 나는 나무 해다가 묶어서 집 가생이에다 빙 둘러갖고 겨울에 때는 거여. 그렇게 고생했어. 우리 아버지도 거기 막는 거 일한 대가로 밀가루 받아갖고 수제비도 해 먹고 그랬어. 그렇게 둑 다 막은 거야. 우리네도 갯벌은 알았지. 밤 되면 물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거기 가서 게 잡고 그랬으니까. 우리도 셋방살이 하며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노인양반들 고생한 거 비하면 고생도 아니여. 지게로 가래로 바다 막은 거 다 들었잖아. 여기 같이 살던 친구들은 다 딴 데 시집갔지. 친정이 여기니까 오면 보는 건데. 지금 이렇게 돼가지고 이사가서 이제 없어. 고무줄, 사방치기, 공깃돌 놀이, 줄넘기하며 놀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