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독자마당 > 캠페인 목록 > 내용   2006년02월09일 제596호
[평택 캠페인] 고개숙인 정부에게 촛농을!

[평택 캠페인_ 대추리를 평화촌으로!]

황새울을 비추는 촛불의 대열에 합류한 단병호 의원과 박원순 변호사
“앞으로 당의 관심 촉구 하겠다”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을 저버렸다”

▣ 평택=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더 질긴 놈이 이긴다.”

늦겨울 찬바람에 어둑해지던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 앞마당은 주민들의 촛불로 다시 환하게 밝아올랐다. 문정현 신부의 거친 구호와 함께 집회는 다시 시작됐다. 2월2일. 주민들의 가난한 촛불은 벌써 520일째 너른 황새울을 비추고 있다. 주민들의 간절한 외침을 차마 지나치지 못한 젊은 양심들의 방문으로 이전보다 촛불 수가 부쩍 늘었다. 김택균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 사무국장은 “비닐하우스가 비좁아 머잖아 개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여성회에서 주최한 겨울 평화캠프에 참여한 초등학생 32명이 촛불을 손에 쥐고 “북의 아이들과 친구 해보자”며 노래를 불렀고, 1월25일에는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날은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대추리를 찾아 ‘명예주민’이 됐다. 비닐하우스는 비집고 들어온 바람에 “평화, 그 먼 길 간다”라고 쓰인 펼침막이 소리 없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무슨 변명하겠나, 죄송하다

단병호 의원은 “평소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한 번도 내려오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1년 반 넘에 어렵게 싸워왔는데, 이제 와서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오면서 본 평택호와 너른 들판이 아름다웠습니다. 이 아름다운 들을 미군들이 빼앗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는 “자율성을 잃고 미군에게 끌려다니는 정부가 문제”라고 말했다.

평택 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당론으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 정당 가운데 민노당이 유일하다. 미군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마을 주민들과 같다. 미국이 내세운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말은 우리 땅을 기지 삼아 주변 나라들의 분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그런 미군에게 우리 땅을 내줄 수 없는 일이다. 미군은 이제 여기 와 있을 이유가 없다. 평택은 미군의 아시아 군사 목적을 위한 전략 기지로 전락할 것이다. 쫓아내야 한다.

주민들이 500일 넘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솔직히 내려오는 차 안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문 신부님 혼자 논바닥에 텐트 치고 달달 떨고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현장을 찾아보니 완전히 달랐다. 주민들이 함께 뭉쳐 싸우는 걸 보고 감동했다. 신부님이 열정적으로 투쟁하니까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다. 고령의 노인들이 매일 밤 나와 평화를 외치고 있는데 솔직히 민노당조차 큰 관심을 못 가졌다. 무슨 변명이 있을 수 있겠나. 죄송할 뿐이다.

평택 문제에 대한 당의 방침은.

=솔직히 마음은 있으면서도 그동안 투쟁에 함께하지 못했다. 의회 내의 다양한 일정에 치여 마음이 여기까지 못 미친 것 같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한 번 와보고 직접 체험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당이 평택 문제에 좀더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하겠다. 봄이 시작되는 2~3월이 고비다. 당도 앞으로 좀더 고민을 가지고 접근하겠다. 모든 일이 시작을 할 때는 끝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이길 수 있을까 회의도 많이 든다. 결과는 얼마만큼 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는데 우리 정부의 태도에서는 자주성이나 독립성이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그러니 매일 이 모양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끝내 온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평택 소식을 듣고 하루라도 주민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싶어 대추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평택 주민들이 방문객을 위해 마련한 ‘평택 지킴이네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애초 약속을 저버리고 미국에 대해 이전과 똑같이 굴종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일제시대 시인 이상화가 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왼쪽)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평택 대추리를 찾아 평화의 촛불을 밝혔다. (사진/ 평화바람 활동가 밥) 그들은 평택 주민들이 방문객을 위해 빈집을 고쳐 만든 '평택 지킴이네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사진/ 박승화 기자)

평택 문제의 본질은 뭔가.

=일전에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는데 몇 시간 동안 달려 만난 차가 겨우 두 대였다. 북한의 사정이 매우 어려워 그들이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미군은 (과거와 달리) 북쪽의 침략에 대비해 우리나라의 안보를 지키려 온 게 아니라고 본다.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에서 확인되듯 그들은 자신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우리나라에 와 있다. 왜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 땅에 온 사람들에게 우리가 주둔 비용과 이사 비용까지 다 대줘야 하나. 왜 우리 땅을 그들의 기지 터로 제공해야 하나.

우리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있다. 그는 미선·효순이를 추모하는 촛불시위 현장에서 “그는 미국에 대해 우리 정부가 좀더 자율적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믿고 노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굴종적이다. 이전에 견줘 달라진 게 없다. 그는 그를 믿고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을 실망시켰고,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저버렸다.

주민들의 외로운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비관적으로 노래했지만, 아무리 호된 추위 속에서도 봄은 끝내 오고야 만다. 평화를 기원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주변을 지나는 비행기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데 그동안 주민들이 미군으로 인해 받아온 고통을 짐작할 만했다. 앞으로 자주 이곳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하겠다. 정말 고맙다.


이게 몇 번째 쫓겨나는 거여

[들이 운다]

편지 한 장에 땅 내놓으라니,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민병대(69)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36-6


△ (사진/ 노순택)

나 어려서 일본놈 학교 댕기고, 해방되니께 미국놈이 들어와서 차지하고, 여기서 미국놈한테 또 쫓겨나고. 이게 쫓겨나면 세 번째 쫓겨나는 거여 이게. 이럴 수가 어딨냐고 이게. 그래서 접때도 내 그런 얘기 했어. 우리끼리 얘기지만 “내 어떤 놈 죽이고, 나 다 살었으니까 나이 칠십 됐으니까 죽는다.” 이런 생각밖에 안 드는 거여.

뭐 할 수 있어? “이 새끼들 죽이고 나 죽는다. 그래야 끝난다.” 노인네들이 맨 그 얘기야 노인네들이. 두 번 세 번 쫓겨나는 거 누가 알어? 아무도 몰러. “이왕 이렇게 죽을 바엔 어떤 놈 하나 죽이고 나 죽는다.” 이런 정신이 맨날 대가리에 백여 있었어.

다리 아퍼서 병원도 맨날 다니고, 나 솔직히 다섯 가지 약을 먹어. 통풍약서부텀 다섯 가지 약을 먹는데 잠이 안 와. 저기 그 뭐 잠 안 오는 약 맨날 먹고. 매일 하나씩 먹는 거여. 안식구하고 자면서 “왜 잠 안 자요?” 잠이 와야지. 맨날 그냥 밤을 꼬박 새고 앉었어. 그게 사는겨 그게?

국가에서 누르면 힘 하나 없잖아. 우린 죽어버리는겨. 대한민국 법이 있는데, 뭐 국방부에서 편지 한 장 오더니만 “땅 내놔라.” 또 “얼마 찾어가라.” 이게 있을 수 있는 얘기여 이게? 대한민국 법이 있대메. 이게 있을 수 있는 얘기냐고. 왜 우릴 이렇게 무시혀? 암만 국가사업이래도 저희들이 와서 우리한테 편지로다 두 통 보낸겨. 이이 도대체 자네 이해 가? 죽여야 돼. 아이고 나 아휴.

앞으로 예를 들어 내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 가서 살 거여. 난 나하고 안식구하고 어머니, 우리 어머니 여든여덟이여. 내가 이 양반 모시고 셋이 살고 싶지. 왜 애들한테 가서 내가 왜 저기혀. 왜 걔들한테 가서. 늙은이가 가서 좋아혀? 늙은 놈을? 안 좋아허잖아. 만약에 잘못돼서 쫓겨난다면 눈물을 먹고라도 어머니 안식구 나 셋이 딴 디로 가서 살 거여.

* 인터뷰/ 평화바람 활동가 두시간

* ‘들이 운다’에서는 1940년대 초와 1952년 일본군과 미군에게 각각 고향을 잃고 쫓겨난 대추리·도두리 노인들의 육성을 그대로 독자들께 전합니다.



대추리가 울었습니다

[평택 평화의 땅 1평 지키기]


△ 2월3일 현재 374만6천원

작은 정성들이 조금씩 모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조그만 참여로 평택으로 몰려오는 미군들의 캐터필러 소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성금이 한두 푼 쌓일 때마다 “올해도 농사짓자”는 농민들의 꿈은 현실이 됩니다. 독자 여러분, 통장에 찍힌 그 이름들을 보며 대추리 주민들이 손을 맞잡고 울었습니다.

계좌이체 농협 205021-56-034281 예금주 문정현

주관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한겨레21>

문의 평택 범대위(031-657-8111), 홈페이지 www.antigizi.or.kr,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159-2 마을회관 2층(우편번호 451-802)

모금자 명단 김경애 김양중 김인숙 김창금 정혁준 김기성 한승동 김회승 오윤주 박정숙 이창곤 유제호 조홍섭 김남일 정석구 윤진 김태읍 한봉일(10만원) 남지은 임주환 이재원 윤혜경(5만원) 연화자 진동원(2만원) 박연희 박광익 박용주 박민채 이귀라 나병수 이계삼(3만원) 유선 김유리 전은식 양세아 김다정 홍덕표 신지심 이성우 아키오 이지연 조일남(2만원) 데바수스(6만원) 송창희(3만원) 김재연 원혜진 김만희 최새별(2만원) 유영구(2만원) 박희영 민찬기 홍성권 배지영 안병선 색즉시공(20만원) 강양미 이준희 배경내 임채영 김수연 임재영 정택용 이관범 이재웅 유명종(10만원) 이정자(10만원) 김종명 김종달 고영대(2만원) 심규원 심혜원(2만원) 유승희 반봉진 박은주 남궁정 황금성 전완기 황인남 이종국 박아란 고은화(5만원) 최부식 신부(50만원) 강공덕(2만원) 김소진 김연희 임순옥 정수정 김정민 박민영(3만원) 최종진 오두희(5만원) 정효주 김혜영 rlacken(2만원) 최리라 율촌 원종근 박상혁(2만원) 권혁 무명(10만원) 무명(20만원) 무명(4만3천원) 이귀호 이은준 박명화(10만원) 송지은(5만원) 박용훈 김판겸 박병상 홍성훈 가족4명함께(4만원) 원순재 박형곤 은종복 박상일 권명숙 임명숙 최영재 투덜이 이은지 문정현 양효순 수녀(10만원) 김혜경 신순애 송기복 한상욱 김경 송동현 이동훈(10만원) 문규현 정인숙(2만원) 평화바람(1만3천원)(이상 13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