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마니아도 온다. 마라톤 마니아가 아니어도 온다.
참가신청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한국-베트남 평화마라톤대회’.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베트남 방문을 통해 다양한 ‘친구’들을 폭넓게 사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신승철씨는 마라톤도 좋아하지만,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비중을 더 뒀다. ‘한-베 평화공원’ 성금모금을 할 때부터 쭉 <한겨레21>을 주목해온 그였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2월 말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에 사는 주부 임경숙씨는 ‘광주달리기동호회’ 회원이다. 남편 최석진씨는 동호회 회장. 부부는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뛰었다. 남편 최씨는 4시간40분, 임씨는 5시간30분 기록.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마라톤 투어는 거의 다 가본 베테랑들이다. <한겨레21>을 창간 때부터 보아온 독자라, 이 행사의 의미에 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북 경주시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는 한명숙씨도 남편 최창진씨와 동행한다. 1월14일 남편과 함께 ‘거제도 해맞이마라톤’에도 참여했다는 한씨는 남편보다 달리기 실력이 한수 위라고. 지지난해에는 베트남 중부지방 진료봉사를 다녀온 터라, 이번 방문을 통해서는 다른 경험을 얻고 싶다고 한다.
대학생 박성렬씨는 후배에게 설득을 당했다. 서울대 법과대학 축구부 소속인 그는 축구부 후배 강재구씨가 2월22일 사법시험을 본 뒤 개운한 마음으로 웃으며 함께 뛰자는 제안에 ‘현혹’됐다. 사회복지 공무원 김혜연씨는 거꾸로 후배 노영아씨를 설득한 케이스. 김혜연씨와 후배 노씨는 마라톤에는 전혀 관심 없는 참가자다. ‘한-베 평화공원’에 대한 호기심이 그들에게 바람을 넣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근무하는 이진순씨 역시 마라톤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아직 한번도 외국을 안 나가봤고, 나가보고 싶은 생각도 없이 살아왔는데 ‘베트남’만은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고. 한국과 맺은 역사 때문이다. 그 현장을 보는 일이 흥미 있으리란 기대가 크다.
정성필씨와 신현철씨는 각각 뚜이호아와 나짱(나트랑)에서 베트남전을 겪은 참전군인이다. 정씨는 백마28연대, 신현철씨는 십자성부대에서 70년대 초반 근무했다. 두 사람은 “베트남 여행상품이 많지만 모두 하롱베이나 호치민 중심이라 아쉬웠다”며 “이런 기회가 계속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참가신청한 사람들 중 68살로 최고령자인 우종대씨는 15년간 즐겨왔던 마라톤을 2001년부터 중단한 상태. “환경오염이 너무 심해졌다”는 게 그 이유였다. 자원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이번 마라톤대회를 계기로 3년 만에 다시 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