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쾌도난담 ] 2000년12월13일 제338호 

[쾌도난담] 잔다르크여, 오삼숙이여…

<아줌마>의 위선자 장진구 역은 연기자 강석우에게 가장 어울리는 배역이었다?


(사진/“전 여자를 상당히 위하는 사람이에요.근데 솔직히 얘기하면 나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래요” 드라마 <아줌마>의 장진구 역을 맡고 있는 강석우)


시청률 35%를 가뿐히 넘기며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아줌마>(문화방송). 위선적인 지식인사회의 일부로 살아가는 남편 장진구(강석우)과 함께 남편에게 복종적으로 살아온 아줌마 오삼숙(원미경)이 자기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부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장진구. 장진구 역을 맡은 강석우는 아줌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난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람”이라는 발언으로 말문을 연 강석우는 그러나 공격적이지는 않았다. “난 원래 아줌마를 경멸하는 사람이었다”는 그가 “그런데 우리 와이프도 그런 아줌마 중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하기까지, “가부장적이지만 변화해가는 남자” 강석우와 차분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난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람”

김규항: 그런 기사가 난 적이 있어요. 한국에서 최고의 미남이 누군가. 거기서 1등을 한 기억이 있어요. 뛰어난 외모가 연예인으로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연기자로서는 도리어 불리하지 않았나요?

강석우: 대학 때 연출을 전공했어요. 유현목 감독이 은사셨는데, 꼭 술에 많이 취하시면 망치로 얼굴 세번만 때려보라고 그러세요. 지금 말씀한 대로 20대, 30대 초반에 가장 큰 고민이 바로 그거였어요. 얼굴에 연륜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 근데 40대가 되고 나니까 참 좋아요. 일도 지금부터 잘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최보은: 한 배역 중에서는 가장 어울리는 배역이라고 할까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배역 같더라구요. 연기가 그 사람 그대로 같다라고 할까… 집에서 실제로 그래요?

강석우: 우리 와이프가 그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진짜 그 사람 집에서 눈 돌려가면서 눈치보는 사람 아니냐구. 난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람이에요.

최보은: 그거 자랑이죠? 지금. (웃음)

강석우: 굉장히 가부장적인 게 많은 사람이에요. 근데 그게 변해가는 과정이죠. 그래서는 안 되겠다하고.

최보은: 굉장히 가부장적이란 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어떤 거죠?

강석우: 우선은 여자가 일하는 게 싫어요. 내가 들어왔을 때 와이프가 있어야 돼요. 그러니까 겉으로 나타나는 게 가부장적인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굉장히 가정의 중심에 있고 싶어하는 그런 심리가 있는 사람이죠.

김규항: 아까 말씀할 때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변화하는 과정중에 있다고 했는데…

강석우: 우리 아버지 어머니 때는 진짜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사회 아니에요? 근데 그 모습을 보면 우선 여자가 불행하다고 느끼죠. 그런데 살다보니까 우리 아버님도 불행하더라구요. 그런 삶을 사신 게. 두분의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거 아니에요. 가부장적이라는 게 원 사이드니까. 그러면 그건 부부관계가 아니지요. 그런데 그런 거는 굉장히 미워하면서도 닮는 거란 말이에요. 저도 문득 살다보면 아버지가 제게 보였던 모습이 조금씩 나와요.

최보은: 집에서 부인께서 일하겠다고 말한 적은 있나요?

강석우: 구체적으로는 없어요. 그런데 돈을 버는 일을 하는 건 반대예요. 하지만 자기만의 일을 갖는 건 찬성해요. 아내가 서양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해주고 싶은 생각은 많아요. 지금은 결혼한 지 10년 넘었거든요. 10년 산 부부에 비해서는 굉장히 신혼 같은 느낌이에요. 그 사람이나 나나.

최보은: 말씀 들어보니까 바람은 드라마 속에서만 피우는 것 같네요.

강석우: 바람을 어떻게 펴요. (웃음) 남자가 그렇게 바람끼가 많은 건 아니에요. 이상하게 이번 드라마는 등장하는 남자들이 전부 그런 사람이에요.

‘바람’은 교통사고 같은 것

최보은: 거기 보면 오일권(오삼숙의 오빠)이 자기가 교수란 걸 이용해서 공부하는 후배와 그런 관계를 하잖아요. 저는 어떤 면에서 장진구가 상당히 양질이란 생각이 든 게 그래서 학생을 건드리거나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조교나 누구를 건드린 건 아니니까요. 거기에 비해서는 참 장진구란 캐릭터가 양질이다 싶어요.

강석우: 귀엽죠. (웃음) 장진구는 귀여운 사람이에요. 지원이와 장진구는 아무 관계가 없잖아요. 난 니 영혼을 좋아한다고 얘기하거든요. 난 너랑 자면 안 돼, 난 너를 영혼으로 좋아할 거야. 이걸 좀 보고 있다보면 자고 싶기도 해. 이 남자가 자고 싶어하는 남자냐, 영혼을 좋아하는 남자냐, 두 가지가 다 있는 거예요. 그 남자한테는. 나도 그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바람이나 사랑이라는 것은 계산에 의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잖아요. 일단 사랑할 때 누구하고 사랑하겠다고 해서 돼요? 교통사고 같은 거니까. 그런 일이 오면 안 되는데 하고 상당히 속으로 염려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김규항: 만약에 정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인 이성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강석우: 잠시 흔들릴 수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쪽으로 결정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 운명적인 사랑의 한계를 알아요. 우리 와이프한테 그런 얘기를 해요. 사랑은 정말 3년이면 끝나는 거 같아. 그러면 자기도 인정해요.

김규항: 외도하는 친구들에 대해서는 터놓고 충고하거나 그러지는 않나요.

강석우: 그러지는 않아요. 굉장히 개인적인 일이고 본인의 문제니까요.

최보은: 이 드라마가 주장하는 바가 있잖아요. 오삼숙으로 대표되는, 속고 살아온 아줌마가 진실을 알아가면서 자기를 찾겠다는 거죠. 실제로 드라마하면서 오삼숙이라는 인물의 갈등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거나 이렇지 않은가요?

강석우: 나는 아줌마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인상이 있던 사람이었어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가방 던지고 달려가는 아줌마를 경멸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아줌마> 하다보니까 정말 보편적인 가정주부는 이런 모습인 것 같아요. 참 불행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김규항: 그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를 들면 오삼숙은 남편이 흔치 않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 이렇게만 생각하다가 남편이 사실 고상한 그 껍데기에 어떤 위선이나 비굴함 이런 걸 발견하는데, 자기가 자각을 하게 되고 굉장히 과격해지는데. 그런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잘못 가는 거라고….

강석우: 그쪽은 처음부터 잘못된 부부관계예요. 남자가 그렇게 위대하거나 뭐 그렇게 높아 보이는 존재가 아니에요. 전 여자를 좀 높이사는 편인데, 남자가 여자에게 의존한단 얘기예요. 남자는 누구나 원래 별거 아니었어요. 내가 뭐 잘난 척하고 다녀도 별거 아니죠. 자기 남편에 대해서 꼭 존칭 붙이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회장님은…’ 이러는 사람들은 김새는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은…’ 이렇게 얘기해야죠, 부부간에는.

일대일의 부부관계…

최보은: 그런데 일대일의 관계라는 게 자기가 마음먹어서 얘기를 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힘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남자가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나 경제력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정도의 사회적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여자가 일대일로 커뮤니케이션하기란 상당히 어렵거든요. 집안이라는 닫힌 공간에 있으면 아는 것도 적어지고 관심사도 적어지는 거죠.

김규항: 선생님께서 만약 이제 경제적인 실제 수입은 없고, 부인이 그림을 판다든가 이런 일로 해서 먹고살 수밖에 없을 때 선생님은 집에 있고 그랬을 때는 적응이 가능하겠습니까?

강석우: 힘들 거예요.

최보은: 근데 아까 여자가 일하는 거 원치 않는다고 했는데, 이를테면 연예계, TV 연기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여자들이잖아요. 연예계 내부에서의 성적인 차별이나 이런 건 전혀 없는가요?

강석우: 없죠. 여기는 그런 차별도 없고 학력의 차별도 없고, 출신차별 없는 데가 여기예요. 여기는, 그런 점에서는 참 좋은 데예요.

최보은: 연기자사회는 굉장히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다고 하던데요.

강석우: 요새는 달라요. 아이들이 우리 때만큼 선배들을 볼 때 긴장 안 하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선 참 좋은 거예요. 표현이 자유로워졌어요. 신인 때는 선배들 눈치보잖아요. 선배들이 나 연기하는 거 구경하는 것 같고 부끄러운 게 있잖아요. 그게 없어요. 지금은 신인이 나와도 웬만큼 하잖아요. 좀 괘씸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서도 내가 속으로 주장하던 바니까 뭐라고 얘긴 안 하는데. 대신 나도 걔들에 대해서 애정이 없어지죠. 연기를 하게 되면 그냥 두죠. 속으로 그러는 거 아닌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해도 말을 안 하죠. 그전 같으면 야,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돼. 왜요? 그러면 지킬 게 있잖아, 이런 건 지켜야 돼, 아, 고맙습니다, 이런 게 없어졌어요.

최보은: 딸이 있으세요?

강석우: 네

최보은: 딸이 만약에 커서 나는 장아영같이 내 철학을 가지고 여자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딸은 일을 가지길 바라세요? 아니면 딸도 가정을 지키길 바라세요?

강석우: 일을 가지길 바라지요.

최보은: 아내와 딸을 그렇게 차별하면 되나요. (웃음)

강석우: 그건 차별이 아니죠, 앗, 차별이구나.

최보은: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연기자들이 직접적으로 받나요?

강석우: 받죠. 그거는 금방 받아요.

최보은: 이 드라마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도 있나요?

강석우: 남자들은 재밌다는 반응이고, 여자들은 장진구를 좀 미워하는 반응이예요. 우리 와이프가 백화점에 갔더니 주변에서 왜 강석우씨가 이런 역을 맡았냐고까지 하더래요.

최보은: 이 드라마를 하고 난 다음에 만약에 이거와 메시지가 정반대되는 아주 가부장적인 드라마, 대가족을 찬양하고 가족의 위계질서 분명하고, 옛날에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빠 같은 그런 역이 온다면 연기를 할 건가요?

강석우: 그럼요. 연기는 별개의 문제예요.

최보은: 그건 별갠가요? 자기의 연기 철학에 따라서 어떤 배역은 거절하고 어떤 배역은 수락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강석우: 그런 건 없어요. 그런 게 있다면 이번 드라마 안 했죠. (웃음)

최보은: 철학하고 반대되나요? (웃음)

강석우: 음…전 여자를 상당히 위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솔직히 얘기하면 나를 건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래요.

딸은 좋은 남자 만나라

최보은: 그게 정식으로 말하자면, 마초이즘이라는 건데요. 그러니까 여자를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 안 하기 때문에 보호의 대상, 사랑하고 위해주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마초이즘이거든요. 동등하게 보지 않는 거지요. 나랑 똑같이 겨룰 수 있는 동등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면 보호해줄 필요가 없잖아요.

강석우: 여자랑 남자의 문제는…얘기할 게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잘 만나야 돼요. 이게 보통 어려운 관계가 아니에요.

김규항: 그게 어떤 운이나 운명에 달렸다고만 얘기하면 참 허탈할 뿐이죠. 제도적인 문제나 여러 가지 조건의 문제를 개선하는 가능성의 수를 많이 만들 수 있죠. 선생님 부인께서는 가사노동을 전적으로 합니까?

강석우: 스스로 많이 해요. 시고모도 같이 살고 내 누이도 같이 살아요. 그 전에 시집왔을 때는 시할머니까지 계셨어요. 그렇지만 ‘시’자 붙은 사람이라고 해서 다 나쁘지 않잖아요. 도움 줄 때도 많아요. 결혼한 다음에 이 집안의 무게중심은 그 사람이라는 걸 심어줬어요. 어머니는 두 번째고, 이 집안에 여자 일등은 이 사람이다, 하고.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걸 안 해주기 때문에 그런 가정 안에서 여자가 좀 힘들어하는 거지. 결혼하자마자 통장을 다 줬어요. 우리 와이프가 어머니 용돈 주고, 아버지 용돈 주고, 고모도 용돈 주고 그래요.

김규항: 따님이 좋은 집안에 시집가서 좋은 남편을 두고 아내로서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는 자아실현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하나요?

강석우: 아니오. 그렇지 않아요. 뭐가 행복하냐에 달린 거겠죠. 본인이.

김규항: 아버지 입장에서는 내 딸이 그렇게 살면 좀 아쉽다는 생각은 없는가요?

강석우: 그렇진 않아요. 지금 제 와이프 같은 경우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능력은 틀림없이 있고, 그림은 혼자 그릴 수 있는 작업이잖아요. 꼭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일하는 건 좀 그렇고 충분히 자기세계를 가질 수 있는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난 가정주부가 좋은 것 같은데.

김규항: 아까 말한 예술, 어떤 예능쪽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것도 사실이지만, 가정에서 사람이 행복할 수,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적을 수도 있잖습니까?

강석우: 좋은 남자를 만나야 돼요. (웃음) 흔한 말로 따뜻한 남자를 만나야 돼요.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거 여자가 하기 나름이에요. 진짜? 여자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남자가 달라지지 않아요?

김규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최보은: 남자가 하기에 따라서 여자가 달라질 수도 있죠. (웃음)

강석우: 그렇게 얘기하면 참 불행한 부부예요. 먼저 잘해줘야죠.

김규항: 저는 큰아이가 7살 딸이고 작은아이가 4살 아들인데, 아들을 뒀을 땐 별로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딸아이를 낳으니까 불안했어요. 내가 우리 사회에 여자를 하나 만들었구나. 지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아까 결혼이 여자의 행복에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라고 했는데, 좋은 남자를 만나서 안락한 가정을 이끌며 서로 존중하면서 꼭 그렇게 되란 법은 없거든요. 불행한 경우도 많고. 결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따님 결혼에 대해서.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강석우: 그건 본인 문제죠. 하지만 결혼할 거면 이치가 다르죠. 끝까지 안 한다면 모르는데, 언젠가는 할 거면 일찍 하라고 하고 싶어요.

내 아내도 그런 아줌마?

최보은: 아무래도 오늘의 주제가 자꾸 그쪽으로 가게 되는데, 이 드라마가 어떻게 보면 한국 드라마에서 페미니즘 측면에서는 상당히 앞서나가고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페미니즘에 대해서 평소에 많이 대화를 해보거나 생각해본 건 있으세요?

강석우: 그렇진 않은데요. 페미니즘에 대해서 단죄하는 입장은 아니고 관심이 없는 쪽인 것 같아요.

최보은: 요즘 페미니즘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 있는 단계거든요. 시기적으로 전면에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요.

강석우: 저쪽 SBS에서 유동근이란 황신혜랑 하는 것도 전부 그런 얘긴 거 같아요. 여자가 득세하는.

최보은: 개인적으로 못마땅하세요? (웃음)

강석우: 아,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한쪽으로 몰리잖아요. 한동안은 <신데렐라> 같은 드라마로 몰리다가.

김규항: 한국 대개의 사람들한테는 텔레비전을 켜서 보는 게 유일한 문화인데, 결과적으로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의도하건 안 하건 대중을 상당히 계몽하고 교육하죠. 그랬을 때 드라마에서 어떤 걸 담느냐가 문제가 되는데 그런 점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강석우: 제작환경이 열악하죠. 지금 이런 상태의 드라마를 가지고 시청자한테 보인다는 게 부끄러워해야 할 정도예요. 이런 걸 가지고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서 계도하는 부분이 있다면 진짜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위선이에요. 지금 같은 현실에서 본다면. 이건 정말 한국사람들이 드라마를 좋아한다니까 그냥 수도 없이 보여주는 거죠. 정말 좋은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서 좋은 작품만 골라보는 시청자들 만나면 지금 같은 드라마 못 떠요. <아줌마>가 지난주에 시청률이 삼십구점몇 프로가 나왔어요. 좀 부끄럽지 않아요? 시청률이 삼십몇프로가 나온다는 나라가. 그렇게 전부 TV에 매달려 있으면 어떻게 해요? 식구들하고 얘기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해야죠. 실제로 그렇게 많이 봐요?

김규항: 실제로 그렇죠. 소설을 산다거나 영화관은 대학교 때나 가능한 얘기고, 여유도 없고 지친 생활인들은 텔레비전을 켤 수밖에 없죠.

김규항: 오늘의 결론을 내려야 되는데…

최보은: 내 결론은 한국여자들은 잔다르크를 원한다. 오삼숙이든 누구든.

강석우: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페미니즘이라든가 아줌마들의 그런 문제에 대해서 내가 너무 모르고 사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어쩌면 우리 와이프도 그런 아줌마 중 한 사람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오늘 얘기하면서 내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문득 했어요. 우리 와이프도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런 고통을 가지고 있는데, 나한테 표현 안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요. 다시 한번 얘기해봐야겠어요.

최보은: 나중에 후속으로 써야 되겠네요. 대화한 결과를. 김규항씨는?

김규항: 뭐, 저는 강 선생님 말씀대로 오늘 대화가 있을 수도 있는 억압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보기 좋습니다. 선생님이 현재 갖고 있는 여성에 대한 관점이 제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느끼지 않는데,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성하려고 하는 그런 말씀에 대해서는 존중합니다.

강석우: 늘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느낀 거는 끝까지 실천하려고 하고. (웃음)

이민아 기자mina@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