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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로서의 질병 고중숙의 사이언스크로키
사람들은 예로부터 무병장수를 원한다. 이른바 오복에 속하는 것들 가운데서도 ‘수’(壽)가 첫째에 온다. 중국의 민간에서는 5대가 한지붕 아래 사는 것도 오복의 하나로 쳤다. 이 또한 장수의 소망을 좀더 인상적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장수를 누리려면 사고와 질병을 물리쳐야 한다. 그리하여 사람의 몸은 이런 위협에 적절히 대비하도록 진화했다. 특히 사고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사람의 피부에는 온각·냉각·촉각·압각·통각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분포하고 있는데, 가장 발달한 것이 통각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통각은 누구나 가장 싫어하는 감각이다. 그럼에도 가장 발달했다는 사실은 거꾸로 거기에 중요한 기능이 있음을 알려준다. 곧 조그만 상처에도 우리 몸은 강한 신호를 보내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한다. 나아가 그 경험을 기억기관에 저장해 뒷날의 사고에도 대비한다. 통각은 내장기관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쉽게 드러나는 외상과 달리 각종 내장의 장애는 웬만큼 악화하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아주 짧았다. 지금도 후진국에서는 그렇지만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40살을 넘지 못했다. 이전 수백만년 동안에는 더욱 짧았을 것이다. 오늘날 60대도 청춘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볼 때, 예전의 인류는 대부분 자연사가 아닌 사고사를 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내장 장애는 사고사와 별 상관이 없다. 따라서 내장 장애에 대한 경고 기능은 진화 역사상 크게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사고사는 많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80살에 육박하는 요즈음 사고보다는 질병 위협이 더 크다. 사실 긴 세월 동안 누구나 한두 가지 질병은 으레 겪는다. 그런데 전염병과 같은 일과성의 것도 있지만 생명과 관계되는 것들은 대개 평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위에서 봤듯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장점이 없는 것은 없는 듯하다. 건강과 관련해 질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바꿔 말해 현대인에게 질병은 하나의 동반자와 같다. 질병을 무조건 적대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질병의 증상은 뭔가 이상하다는 경고의 신호다. 질병보다 경고에 대한 무시가 더 큰 병을 부를 수 있다.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은 이상 거기에 귀기울이며 사이좋게 살아야 한다. 고중숙 ㅣ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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