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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똑똑한 백치' 정신적 고통에도 천재성 지닌 이상천재들… 우뇌 활동 바탕으로 특정 분야서 재능 발휘
얼마 전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진 70대 할아버지가 관심을 모은 일이 있다. 세 차례에 걸쳐 뇌간에 생긴 손톱 크기만한 양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중국어 천재’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당사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사례는 유례가 없지만 자폐아나 지진아, 치매환자 가운데 특이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다. 이른바 이상천재(idiot savant)들로 ‘바보 천재’, ‘우수한 백치’라 불리기도 한다. 보통 정신발육 지체아는 지능이 낮아 정신 전반의 발육이 항구적인 지체를 나타낸다. 하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일반인으로선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림 그리기, 음악 연주 등 탁월
대개 자폐증 환자 10명 가운데 1명꼴로 ‘우수한 백치’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천재 증후군에 따라 천재적 능력을 보이는 것은 대부분 제한된 능력이며 주로 우뇌반구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어능력과 대인지능은 떨어지지만 그림 그리기, 음악 연주, 계산 능력 등 특정 분야에서만 천재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예술가들의 창조성을 극대화한 것도 우뇌반구의 놀라운 발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우뇌반구는 예술적이고 시각적인 능력이나 운동에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때론 기계조작 능력이나 공각지각 능력에서 탁월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비해 좌뇌반구는 순차적·논리적·상징적 능력을 좌우한다. 만일 좌뇌반구가 발달했다면 논리적·상징적 능력이 뛰어나 언변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런 천재적 능력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기억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습관적인 반복암기를 통해 기억하지만 대부분 내용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대개 IQ가 40∼70 정도로 일반인보다 훨씬 낮다. 다운증후군 환자들 중에 이상천재증후군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특정 기억력이 탁월한 사람 중에는 운동선수 이름이나 스쳐지나간 자동차 번호판까지 줄줄 외우는 경우도 많다. 이들의 능력은 대부분 평생 유지된다. 한번 머릿속에 들어가면 영구 기억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천재성을 발휘하는 셈이다.
놀라운 사실 가운데 하나는 이상천재증후군 환자 중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뇌의 좌반구는 우반구보다 늦게까지 성장하며 출생 전에 해로운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순환이 남자 태아에 나쁜 영향을 많이 끼쳐 남성들의 좌반구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이상천재증후군뿐만 아니라 실독증(失讀症, alexia: 대뇌가 파괴되어 일어나는 문자·단어·문장 등에 대한 이해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이나 언어지체, 말더듬, 과잉행동 등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 남성의 신경체계 장애가 이상천재증후군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천재의 특별한 신경회로 규명
최근 천재성은 뇌 촬영술의 발달로 차츰 베일을 벗고 있다. 이상천재증후군이 있는 미술 천재의 뇌를 촬영한 결과 대뇌 신피질의 혈액순환은 보통 수준 이상이었지만 측두엽의 혈액순환은 보통 수준보다 아래였다. 신피질은 고도의 인식 기능을 담당하고 측두엽은 기억력이나 감정 등에 관여한다. 이런 사실은 신경생물학적으로 이상천재성에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천재성은 인지기억을 담당하는 상위 대뇌피질 변연계 회로와 습관기억을 담당하는 하위 피질선조체 회로 등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이상천재성은 또 다른 신경회로에 의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인들도 천재성이 있는 뇌의 회로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이상천재 증세를 보이는 게 단적인 사례다. 숨겨진 천재성이 치매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이 평상시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좌뇌 중심의 사회인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주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보통 사람들이 지닌 우뇌의 천재적 기능은 묻혀 있을 수밖에 없다. 숨겨진 거대한 기억의 저장소를 꺼낼 수 있는 것은 정신적 장애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다. 물론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해서 아주 특별한 신경회로의 이상으로 내부의 저장소를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과학 너머의 무엇인가에 의해 조절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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