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 2002년09월11일 제426호 

마음의 상처가 보이는가

정신건강의 적신호를 발견하는 것은 간단하게 이뤄진다. 인터넷에서 심리상태를 확인하는 테스트를 받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신경정신과 문을 두드려야 한다.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심리학자들이 개설한 사설 심리상담소를 찾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신경정신과에서는 성격이나 주의력 등을 테스트하는 임상심리검사와 뇌파와 뇌기능을 파악하는 신경인지기능검사 등을 받는다. 이런 검사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제대로 진단받으려면 적어도 20여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설 심리상담소에서 전문가와 상담을 하려면 한 시간에 5만원 안팎의 비용을 내야 한다. 그것이 부담스럽다면 서울시 성동구·강남구 등지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센터를 찾아가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신과나 상담소의 심리검사 결과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흔히 사람들의 성격과 심리상태를 판단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게 로르샤흐 잉크블롯(inkblot·피험자에게 10여장의 잉크 얼룩 카드를 보여준 뒤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는 방식) 테스트다. 피험자가 얼룩에 대한 느낌을 설명하면 평가자가 일정한 패턴으로 분류한다. 예컨대 앤디 워홀의 이미지를 보여준 뒤 공룡처럼 움직이는 그림이라고 말하면 충동 성향이, 암흑세계라는 표현이 있다면 우울증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아동과 청소년이라면 주로 주제어 관련 그림을 그리는 인물화 검사를 받는다. 남자의 작은 발은 위험이나 불안정을, 작은 머리는 미숙함을, 커다란 손과 치아는 공격성을 뜻한다고 진단한다. 이런 심리검사법은 평가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다.

정신건강의 척도는 명쾌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신경정신과 진료의 핵심은 위협의 정도를 구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의료현실에서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검증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망상과 환각 등에 시달리며 현실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정신분열병이라면 그나마 현실감을 잃어버리는 증세가 확연하기에 진단이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기분장애(평생유병률 4.6%), 불안장애(8.8%)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야 환자로 진단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스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여기더라도 망설임은 지속된다. 대부분의 신경정신과 안내 데스크에는 ‘건강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운전면허 취득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무리 정신질환에 관한 개인정보를 경찰청에 통보하도록 한 도로교통법시행령의 문제를 지적해도 실제상황은 당사자에게 위협적이다.

한국적 의료현실도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게 사실이다. 정신과적 질환은 다른 질환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마음의 상처는 혈압계의 수치나 혈압·소변 검사 등으로 파악되지 않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진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환자가 정신과에서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이야기하는 시간은 길어야 30분이다. 환자의 정서를 비롯해 여타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진단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까닭에 ‘오진’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대표적인 오진이 조울증과 우울증이다. 기분이 들뜨는 상태와 비애감에 휩싸이는 상태를 오가는 조울증 환자를 우울증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진단을 받아 제대로 처방을 하지 못하면 마음의 고통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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