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 2002년09월04일 제425호 

“부모가 미워요”

최근 어린이들의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소아과 진료에서도 드러난다. 소아과 전문의 이소영씨는 “소아과를 찾는 어리이들 가운데 스트레스 관련 질병으로 병원에 오는 어린이가 20%를 웃돈다. 이들은 의학적 문제라기보다는 스트레스에서 비롯하는 배앓이·두통 등을 호소한다”고 말한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어린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어른과 달리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신에게 익숙지 않은 상황에 놓이거나 자신이 없는 일을 해야 할 때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 예컨대 방학이 끝나고 처음 등교하는 날이나 부모의 말다툼 등도 참기 힘든 정서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어린이가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면 감정이 위축되고, 짜증을 내고, 불안해하고,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때론 손톱을 물어뜯거나, 눈을 깜박거리는 틱증이 나타나고, 무서운 꿈을 꾸는 일도 흔히 일어난다.

어린이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부모들은 아이들이 친구들의 따돌림이나 성적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들 때문에 정서적 고통을 느끼는 경우가 가장 많다. 서울인지치료상담센터 이민식 연구원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방치하면서도 자녀를 학대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다투기라도 하면 이혼으로 고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마련이며, 사회적 관심사가 많은 어린이라면 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바뀌기도 한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한아무개군이 그런 경우다. 한군의 부모는 맞벌이를 했기에 외할머니가 한군을 키웠다.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집에서는 거의 말이 없이 조용한 아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상황이 갑자기 달라졌다. 태권도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까지 일어났다. 고심 끝에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상담치료를 받도록 했다. 상담을 받은 결과 아이가 이상행동을 하는 것은 부모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탓이었다.

어린이가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려면 무엇보다 화기애애한 가정을 이뤄야 한다. 안정적이고 정서적으로 따뜻한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은 일상적인 스트레스의 충격을 줄이기도 한다. 육체적인 고통을 견딜 때도 원만한 가정의 아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일정 수준에서 멈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린이 학대의 출발은 무관심이다. 그로 인해 어린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평생 시달려야 할지 모른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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