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동아시아인 건강에 관한 지혜 이종찬의 건강 바로읽기
아유르베다(Ayurveda)는 인도의 전통적 의학이다. 우리는 아유르베다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의학 텍스트에 기초한 학문적 전통, 지혜로서의 의학적 실천, 지식에 대한 합리적 추구가 그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아유르베다 의학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통의학에 일반적으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인도에서 아유르베다 치유자들은 환자와 일상적인 언어로 대화를 나누지만 그들은 산스크리트(Sanskrit)어로 쓰인 아유르베다 의학 텍스트를 읽고 해석한다. 이런 행위는 유럽 의사들이 근대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거주하던 지역의 일상적인 언어로 환자에게 치유 행위를 실천하면서도 라틴어로 된 의학 텍스트에 의존해 환자들을 진료했던 것과 같다. 또한 아유르베다 의학에서 질병의 원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 중 하나는 지혜에 어긋나는 생활이다. 일상생활에서 의지, 지능, 기억들이 혼란스러워서 지혜롭지 못한 행위를 하게 되면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국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기(氣)를 생태론적 개념으로 바라본다. ‘우주, 국가, 몸을 상호연관된 복합체로 파악하는’ 중국 의학에서 기는 ‘생태계로서의 몸’에 의해 설명된다. <황제 내경>에서 핵심적인 개념에 해당하는 기는 의학지식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인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매우 본질적인 기초로 작용해왔다. 기공(氣孔)은 중국사람들이 고대 중국 의학의 본질적 특성의 하나인 기를 일상생활에서 오랫동안 발달시켜온 생활방식이다. 기공에는 중국인의 건강에 관한 지혜가 완전히 녹아 있다. 게다가 기공은 중국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실천적인 생활양식이다. 양생(養生)과 도인(導引)을 기에 관한 의학 이론과 도교에서 전래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삼국시대 한국에 처음으로 수용된 도인과 양생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한국사람의 일상생활에 널리 퍼져 있었던 몸과 마음의 치유방식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이황, 이이 등의 유학자들은 몸과 마음에 관한 심신일원론적 양생론을 통하여 사대부들의 건강에 대한 지혜를 도모했다. 이런 양생술은 사대부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백성들을 위한 집단치유방식으로 발전해갔다. 이렇게 한국, 중국, 인도의 사례들을 살펴볼 때 동아시아 의학에 대한 관심은 텍스트와 생활지혜 사이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생활지혜를 무시하고 텍스트에만 의존하는 경우, 의학적 실천은 일반 민중의 구체적인 삶과는 동떨어진, 현실과는 유리된 행위방식이 될 것이다. 또한 텍스트는 무시하고 생활지혜만을 강조하는 경우 의학적 실천은 임상적 효능성의 규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를 잃고 만다. 동아시아 전통의학에 대해 말할 때 <황제내경>과 <동의보감> 등의 텍스트를 생활의 전통적 지혜와 분리해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마치 서구사회에서 의학이 과학적 의학에 구속되어 있는 것처럼 의학의 풍요로움을 텍스트에 가둬놓는 것과 같다.
아주대 의대 교수·의학사상 medphil@hanmail.net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