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 2001년07월18일 제368호 

식품보충 비타민은 약인가

강건일의 과학읽기

미 과학학술원의 권장음식물섭취량(RDA) 표에는 비타민 등 영양소의 하루 권장섭취량이 열거돼 있다. 정상적인 건강 유지에 필요한 양이다. RDA에 해당하는 비타민은 균형된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로 부족을 감안해 별개로 보충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비타민은 식품보충제로 분류된다. 식품보충제는 일정한 질병에 대한 효과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효를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약효를 말하려면 약과 같은 근거자료가 필요하며 이미 식품보충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식품보충 비타민이 약처럼 사용되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 B6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2mg이며 100mg를 초과할 경우 감각신경병 위험성이 있다. 그럼에도 하루 50mg, 심지어 250mg 식품보충제가 월경 전 긴장 등 다양한 증상에 약효를 기대하며 소비된다. 아직 확증되지 않은 효과인데도 건강식품기업의 간접적 홍보 내지 매체를 통해 일부 연구결과에 접한 때문이다.

1998년 영국 정부는 비타민 B6의 안전성을 고려하여 하루 10mg까지는 식품보충제, 11∼49mg은 일반약, 그 이상은 처방약으로 한 법을 기초하여 공표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10만통의 항의편지를 의회 의원들에게 보냈다. 의원들은 관계 장관을 불러 계획의 철회와 사임을 요구했다. 일부 학자도 하루 200mg까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규제 반대에 서명하기도 했는데 완전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과학의 양상을 나타낸다.

미국은 식품보충제의 규제가 더욱 어렵다. 1976년 식품의약청(FDA)이 식품보충제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양만으로 약으로 규제할 수 없도록 한 법이 제정됐다. 1994년에는 약초 추출물까지 식품보충제로 분류되어 FDA의 규제를 벗어났다. 비평가들은 연간 150억달러의 시장을 가진 건강식품기업의 로비, 건강 추구권을 주장하는 자유 분위기, 그리고 대중적 정치인이 어울려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한다.

비타민 E, 비타민 C, 그리고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비타민 유행이 우리에게도 전해졌다. 이들은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자유라디칼(free radical)의 작용을 막아 심장병, 암, 노화와 관련된 여러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많은 임상시험에도 불구하고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비타민 E는 고용량에서 출혈성 위험성이 있으며 베타-카로틴은 암 유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비타민 C가 시험관 내 실험에서 암 유발 가능성을 보이는 증거가 나왔다고 보도되자 소동이 일어났다. 시험관 내 실험은 안전성, 효능성에 대한 정성적, 정량적 양상을 파악하는 필수적인 단계이다. 그러나 이후 동물실험을 거쳐 제형, 용량, 용법이 정해진 가운데 나온 임상 결과로만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 약 개발은 끊임없이 안전성과 효능성의 균형을 재는 과정이다. 이번 일로 보아 식품보충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약처럼 쓰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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