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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나 강건일의 과학읽기
18세기 메스머는 파리에서 사람의 몸에 들어 있다고 믿은 ‘동물자기’(animal magnetism)로 환자를 치료했다. 그가 손가락을 향하기만 해도 환자는 몸을 떨며 고통으로 신음했으며 발작에서 깨어났을 때 병은 치료된 듯이 보였다. 이 요법에 대해 논란이 일자 프랑스 국왕은 라부아지에 등을 임명해 조사를 하도록 했다. 당시 동물자기 요법의 지지자는 환자의 병치료 효과를 검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동물자기의 존재가 증명된 다음에야 다룰 문제라고 분명히 했다. 이들은 동물자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 환자를 택하여 눈을 가리도록 하였다. 이어 동물자기를 주입하는 절차를 취했으나 그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동물자기를 가한다는 암시만에 의해 경련을 일으켰다. 모든 것이 마음속 상상의 조화임을 입증한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자기유체는 아무 소용없다”고 결론지었다. 250년 전 과학 역사상 거인들이 원리가 올바른 바탕 위에 있지 않고는 실제 적용을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거짓말 탐지기, 즉 폴리그래프(polygraph) 논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생리학적 반응을 동시에 기록하는 장치인 폴리그래프를 거짓말 탐지에 사용할 때에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데서 유래한 ‘피노키오 반응’(Pinocchio response)이 검증된 다음에야 실제 탐지의 정확성을 토의할 가치가 있다. 이에 대해 폴리그래프의 지지자는 거짓말을 할 때의 긴장 또는 불안이 자율신경을 통해 심장박동 수와 혈압, 호흡, 피부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적절히 구성된 질문을 통해 거짓말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자율신경은 불안, 놀라움, 분노, 역겨움, 죄의식, 즐거움 등 어떤 정신적 자극에도 반응한다. 거짓말을 할 때의 긴장만을 구별해낼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증거가 희박하다. 그런데도 거짓말을 탐지하려고 할 때 셰익스피어의 오셀로가 아내를 의심하여 비난하자 고통에 빠진 것을 보고 실제 불륜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식의 오셀로 오류(Othello error)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반대로 양심이 부족하거나 두려움이 적은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도 탐지기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신훈련 등에 의해 자율신경의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탐지를 피할 수도 있다. 폴리그래프의 지지자는 탐지의 정확성이 80∼98%라고 말하며 유효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시험자나 피시험자의 주관성 또는 의도성를 배제한 이중맹시험 결과가 아닐뿐더러 특이한 계산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10건 시험 중 7건을 정확하게, 1건을 틀리게 맞히고 2건이 미결정일 때 70% 정확성이 아니라 8건 중에서 7건을 맞힌 것으로 하여 87.5%라고 나타낸 결과라고 한다. 폴리그래프의 비판자는 그 정확성이 점술이나 다름없다고 하며 명석한 사람은 장치가 없이도 70∼85%까지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폴리그래프가 다 맞히니 거짓말을 하지 말라거나 고백하라는 식의 거짓말의 억지 내지 심문 수단일 뿐이라고도 말한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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