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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의 미스터리 풀리려나 강건일의 과학읽기
1687년 뉴턴이 <프린키피아>에 운동법칙, 중력법칙을 발표하자 이 법칙으로 달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이것은 지구와 달 사이만이 아니라 달과 태양간의 인력을 고려해야 하는 ‘3 물체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방정식을 풀기가 어려웠다. 1749년 프랑스의 수학자 클레로는 해법을 찾아 뉴턴의 이론이 옳음을 입증했으며 또한 핼리 혜성이 1682년 다음에 1759년에 나타날 것이라고 계산해냈는데, 그 예측은 적중했다. 뉴턴 이전, 하늘은 행불행의 조짐이 가득한 신비의 세계였다. 그 속에서 희망과 체념을 그리고 문학적 영감을 얻던 이들은 이를 물리법칙으로 환원한 뉴턴을 비난했다. 블레이크가 “예술은 생명의 나무요, 과학은 죽음의 나무다”라고 하였듯 그들에게 과학은 무감동의 죽음의 세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주 속 미스터리의 탐구에 일생을 걸며 그 안에서 좌절의 고통과 성취의 환희를 맛본다. 그 결과 드러난 우주의 장엄한 질서에 외경감을 느낀다. 과학자들은 지난 2월, 지구에서 3억km 떨어진 34km 길이의 감자모양 소행성 에로스에 자동차 크기의 탐사선 니어-슈메이커를 올려놓았다. 이 조그만 것이 에로스 주위를 돌며 전송한 사진도 그렇고, 안착 직후 전세계인은 과학의 성취에 대해 감격을 표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태양계 생성을 규명하기 위한 자료뿐만 아니라 지구인접물체(NEOs)의 지구 충돌에 대비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이때 충돌가능성이 감지된 우주물체를 파괴하는 것보다 가급적 먼 거리에서 탐사선을 착륙시켜 엔진을 부착해 궤도를 수정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6500만년 전, 지구에 떨어진 직경 10km 정도의 우주물체에 의해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체의 60% 이상이 멸종됐다고 알려져 있다. 1981년 노벨상 수상자 알바레스가 아들과 함께 백악기와 제3기의 경계, 즉 K-T 경계 물질에서 혜성이나 소행성에나 존재할 높은 농도의 이리듐을 발견하여 이 가설을 냈다. 가장 높은 이리듐 농도 부위를 추적한 결과 멕시코 유카단 반도의 해저에 있는 폭 200km의 칙술루브 크레이터로 나타났는데, 이곳을 충돌장소라고 추정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탄성파 기술을 사용하여 이 크레이터가 35km나 밑으로 균열이 난 것을 알아냈다. 그렇다고 이 충돌에 의해 생겼을 열, 바람, 먼지만으로는 광범위한 생물체의 멸종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보다는 같은 시기의 인도 데칸지역, 북미대륙, 대서양 등 지구 전역의 화산활동과 관련짓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화산에서는 생물체에 치명적인 이산화황, 탄산가스뿐만 아니라 이리듐도 분출되기 때문이다. 일면 우주물체 충돌설 지지자도 황이나 탄소를 함유한 먼지가 대기와 반응하여 황산과 탄산가스 안개를 형성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는 크레이터 밑으로 구멍을 뚫어 충돌 전후 물질의 분석 등 근거를 찾을 예정이라고 한다. 과학은 증거 중심의 논리적 추리로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풀기이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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