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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과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강건일의 과학읽기
과학이 불신을 받고 있다. 인간을 굶주림과 질병에서 헤어나게 하던 살충제 등 화학물질은 생태계 파괴물질로 낙인찍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전공학도 유전자조작 식품, 인간복제와 함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추위를 막아주고 산업의 원동력이던 화석 에너지는 지구 전체에 재앙을 몰고 올 온난화의 주범이 됐다. 핵에너지, 핵폐기물 장소도 끔찍한 재해를 가져올 공포의 대상이다. 이것이 과학의 진짜 모습인가? 과학계에서는 왜곡된 과학 이미지 형성에 일정부분 언론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혜택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화학, 생명 산업체에 근원적 잘못이 있지만 이에 맞선 언론이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면서까지 위험성을 부각시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때 논쟁에 개입하지 않은 과학자의 책임 또한 크다. 이에 관해 코넬대학의 노벨상 수상자 호프먼은 화학자에게 “교육과 민주주의 외에 선택이 없다”는 말로 적절하게 표현했다. 과학자가 국민을 위한 과학문제 결정에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성과 혜택을 바로 알려 국민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줄 의무만이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국민이 느끼는 위험성(risk)은 실제 위험성(hazard)에 감정적 반응(outrage)이 합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위험성이 왜곡돼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은 위험성의 정체와 확률적 가능성을 정확히 알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신뢰감만으로도 감정적 반응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광우병 필립스 보고서가 발표되자 언론의 논평에 나타난 것도 이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비밀주의 문화에 초점을 맞추거나, 좁혀 정부 과학자들이 과학의 공개성을 외면한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위험성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 문제의 지적이 적절하다. 이것은 국민이 감지하는 위험성을 실제 위험성 그 자체의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이다. 이렇게 했다면 광우병 위기가 초래한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손실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으리라고 한다. 영국 과학계와 언론은 국민에게 위험성의 존재와 불확실성의 상태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 분야 연구에 의하면 ‘위험성이 없다’(No Risk)는 메시지는 치명적이다. 그런데 영국 정부는 이 과실을 범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위험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결핍을 반성하며 “모두가 배우는 길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 우리 과학자는 국민의 과학 이해를 돕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광우병 파동을 보아도 공개적 비판을 생명으로 삼는다는 이들은 정부의 대책에 침묵하기만 한다. 정부에서 쏟아낸 보도자료는 용어, 지식, 논리성 모두에 결함이 있는, 국민을 향한 정부의 입장이라고 하기에는 정리가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안전성 강조 일색이다. 이렇게 하여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것일까? 외형상 광우병 파동은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의 마음에 남겨진 상흔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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