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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토마스 쿤의 상대론적 과학철학 강건일의 과학읽기 토마스 쿤의 1962년 <과학 혁명의 구조>를 20세기 가장 큰 영향을 준 과학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대중과학서로는 200만부 이상 팔린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도 있지만 철학자를 위해 쓴 학술서가 100만부 이상 팔렸다는 것은 놀랍다. 이 책을 통해 대다수 일반인은 과학발전이 그동안 알고 있던 축적의 과정이 아니라 혁명적 패러다임의 이동에 의해 진행된다고 이해했을 것이다. 학자들 사이에 <과학 혁명의 구조>만큼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된 책도 드물다. 아마도 논쟁의 핵심은 쿤의 과학사적 사례에 기초한 논증의 정확성 여부일 것이다. 하지만 쿤의 문제는 지난해 출간된 <우리 시대의 철학 역사>에서 풀러 교수가 쿤의 성공 이유라고 한 대목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핵심 패러다임 개념 등 전체적인 책의 애매성 때문에 독자들이 임의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은 점이 성공이유라는 것이다. 또한 풀러는 쿤이 과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줄 많은 좋은 아이디어를 책에 포함시켜 누구라도 책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풀러는 하버드대학 대학원생이던 쿤이 스승인 코난트의 과학에 대한 이미지, 즉 전문화된 자율적인 거대 과학으로서의 과학에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민과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쿤을 비판했으나 분명 쿤은 과학자 개개인의 정신이 아니라 전문화된 과학자 집단을 과학발전의 중심에 두었다. 이 집단은 무엇을 어떻게 발견해야 할지,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패러다임이다. 갈수록 이 패러다임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나면 여러 대체 패러다임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혁명적 기간을 거쳐 다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상과학으로 정착한다. 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은 뉴턴의 것보다 열등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다”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흙의 성질을 함유한 물체는 땅으로 떨어지지만 천상의 물체는 완전하여 제자리에 머물며 영원히 원운동을 한다고 하였다. 쿤은 이것과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해석해낸 천체의 운동이 단지 패러다임의 차이라고 말한 것이다. 사실상 쿤은 자연의 본질 내지 진리가 존재하며, 과학자들이 그런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위한 방법이 있다는, 모든 것을 부정한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쿤의 상대론적 철학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벨상 수상자 겔-만은 “철학적 진리란 과학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하며 쿤식의 상대론적 진리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노벨상 수상자 메다워는 쿤이 “과학자의 심리적 측면과 과학의 역사에 대해 흥미있는 언급을 하고 있지만 방법론에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올바른 하나의 과학적 방법이 없다”라고 하는 쿤의 방법론적 상대론을 부정하며, 과학의 발전을 과학자들이 경험과 인식의 폭을 넓혀 끊임없이 진보하는 것과 마찬가지 과정으로 분석했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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