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화학물질로 생명을 만든다?

강건일의 과학읽기

컬럼비아대학의 해롤드 유리는 중수소를 발견한 공로로 193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중수소가 수소폭탄 개발에 이용되자 “나의 영혼을 다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하며 핵무기 금지운동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에 “죄의식을 느끼지는 않는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과학자의 탐구 행위와 그 결과의 남용이 별개인지, 윤리적으로 연결되는지, 그렇다면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에 관한 문제는 유리에게서도 나타난다.

1951년 유리가 시카고대학에 있던 때 그의 대학원생 스탠리 밀러는 지도교수에게 원시지구를 모방한 조건에서 생명을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해 보자고 졸랐다. 이들은 메탄, 암모니아, 수소, 그리고 수증기로 이뤄진 구름을 통과하는 번갯불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밀러가 만들어낸 아미노산 등 유기화합물은 물론 생명은 아니다. 또한 원시지구가 이런 상태였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 사건은 ‘화학적 생명 기원설’을 입증하기 위한 최초의 실험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초의 생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과학자들은 진화론에 입각하여 생명을 정의한다. 그것은 복제돼야 하며, 유전적 돌연변이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그 안의 반응이 완만한 조건에서도 가능한 촉매반응이어야 한다. 이러한 촉매성, 복제성, 돌연변이성 등을 모두 갖춘 생명체가 지구에서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어떤 외계에서 생겨 지구로 옮겨와 진화과정을 밟아 오늘날의 생물이 됐으리라고 추정한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이 천체생물학(astrobiology)이다. 1999년 미 항공우주국(NASA)에 세워진 ‘천체생물학 연구소’가 이 분야의 종합연구소이다. NASA는 오래 전부터 기원 생명체 생성의 원료와 반응 조건을 파악할 수 있는 행성 대기와 성간 우주물질을 연구해 왔다. 1996년에는 화성운석 ALH84001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화성에 생명체가 생겼을 가능성을 발표하여 지구인을 흥분시켰다.

이 ‘화성 생명체 가설’은 대체로 부정되고 있으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NASA는 운석이 아니라 직접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 생명체의 단서를 찾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데 기술적 완전성을 의심받는 불운의 연속이다. 1999년 9월에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던 ‘화성 기후 탐사선’이 사라졌고 3개월 뒤에는 자매선 ‘마스 폴라 랜더’가 화성 표면에 닿는 순간 침묵해버렸다. 이 가운데에도 1997년 궤도진입에 성공한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전송하는 사진은 희망이다. 지난 6월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생명의 출발에는 유기분자, 에너지원 그리고 물이 필요할 터인즉, 유기분자와 에너지원은 우주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물의 존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물 흔적 발견장소가 태양의 반대편 추운 곳이기 때문에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 지하수가 압력에 못 이겨 솟아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과학은 16세기 지동설, 19세기 진화론에 이은 제3의 충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