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프록스마이어의 황금양털상강건일의 과학읽기
최근 예산감시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에서 ‘밑 빠진 독 상’을 제정했다고 한다. 이는 새삼 ‘황금양털상’을 떠올리게 했다. 윌리엄 프록스마이어 미 상원의원이 1975년 3월부터 은퇴하기 전인 1988년 12월까지 매달 낭비적인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수여한 그 유명한 황금양털상 말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양식(良識)을 위한 납세자’라는 시민단체에서 이 상을 부활시켰다. 프록스마이어는 분명 우리 공무원, 정치인에게 귀감이 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예산 감시활동으로 상징되는 그의 황금양털상을 수상한 프로그램은 지원이 삭감되거나 중단되었다. 또한 그는 스스로 근검한 모범을 보였다. 해외여행시에도 정부 돈을 쓰지 않았고 보좌관 경비를 절약하여 100만달러를 국고에 반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두 차례의 선거에서는 어떤 형태의 헌금도 받지 않은 채 단지 200달러로 당선되었다. 이런 프록스마이어이지만 그의 이름은 미 과학계에서는 악명이 높다. 그가 선정한 150개 이상의 황금양털상 중에 의미가 있는 것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과학에 수여한 20여개가 과학자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레온 레더만은 반(反)과학 정치인의 하나로 프록스마이어를 꼽았다. 리처드 아트킨슨 캘리포니아대학 총장은 프록스마이어가 “레이첼 카슨의 <조용한 봄>이 불러온 과학의 순수성 의심과 베트남전 직후의 예산 삭감에 따른 과학자들의 불만 등 과학에 가졌던 당시 국민의 불안감을 이용한 인물이다”라고 평하였다. 국립과학재단(NSF)에도 있었던 아트킨슨은 프록스마이어가 NSF에 대해 어떤 일을 했는지도 소개했다. 그는 ‘검정파리의 성적 행동’에 황금양털상을 주어 인기를 얻자 사회적 심리적 시각의 실험적 사랑 분석, 사랑 이론 등을 들춰냈다. 이들이 학문적 정당성을 가진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NSF 연구비 목록에서 사랑과 관련된 과제를 찾기에 혈안이 됐다. 그래서 ‘네킹(necking) 행위에 대한 이론’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네킹이란 이들이 의미하려는 ‘애무’가 아니라 건축물의 기둥 목부분 몰딩 장식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과학과 과학자가 이렇게 조롱감이 된 때는 없었다. 1975년 심리학자 로널드 허친슨은 쥐나 인간이 이를 가는 이유에 관한 자신의 연구과제에 황금양털상이 주어지자 프록스마이어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1979년 미 대법원의 판결 전에 합의했는데, 프록스마이어는 공개사과와 함께 2만5천달러를 배상했다. 또한 프록스마이어가 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에 황금양털상을 수여한 다음 1981년에는 법적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SETI 개입을 막은 사건은 잘 알려져 있다. 의료계에서는 1973년 <의사(擬似)과학적 자가건강법>이란 책을 지은 그가 1976년 비타민과 광물질을 약이 아닌 식품보충제로 규정하는 법안을 내어 현재의 보건문제를 초래했다고 비평한다. 과학평론가·전 숙명여대 교수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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