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 2000년12월19일 제339호 

[과학] 살아 있는 화석 ‘실라칸스’

강건일의 과학읽기

1938년 12월 남아프리카 항구도시 이스트런던의 박물관에 근무하던 코트니-래티머는 근처 연안에서 조업한 트롤어선이 싣고 들어온 물고기 가운데 이상한 것을 발견해 박물관으로 가져갔다. 당시 로즈대학의 스미스 교수는 이 이상한 물고기가 4억년 전에 나타나 7천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실라칸스(coelacanth)임을 확인했다. 화석으로 알고 있던 물고기가 진화가 정지된 채 제모습 그대로 나타난 ‘살아 있는 화석’이었다.

이 최초의 실라칸스는 전세계 언론에 보도됐으나 박제를 위해 내장을 제거하는 등 훼손된 탓에 정작 학문적 연구대상으로는 쓸모가 없었다. 스미스 교수는 14년 뒤인 1952년 12월 서인도양 코모로 제도에서 온전한 실라칸스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까지 주서식처인 코모로에서 200여 마리가 잡혔는데, 그 밖에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연안에서 잡힌 몇 마리도 유전자 분석결과 코모로의 것과 같은 종으로 밝혀졌다.

그러던 것이 1997년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연구원 어드만은 신혼여행 도중 코모로에서 1만km 떨어진 인도네시아 어시장에서 실라칸스를 발견했다. 코트니-래티머처럼 우연하게 발견한 것이었다. 다시 그곳을 찾은 그는 1998년 새로 잡은 물고기의 분석 시료를 갖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유전자 분석결과 인도네시아 실라칸스는 코모로의 것과 550만년 내지 1600만년 전에 갈린 다른 종으로 밝혀졌다.

실라칸스의 자연 서식처를 찾아 그 환경과 행동을 관찰하려는 노력도 이뤄졌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프릭케팀은 잠수정을 타고 1987년 이래 여러 차례 코모로 바다 밑에서 실라칸스의 행동을 관찰했다. 지난 11월에는 남아프리카 연안 104m 깊이에서 잠수부가 실라칸스의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있다. 해당 국가에서 서식처를 엄격히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오랜 세월 인간의 눈을 피해 살던 그대로 조용히 놔둬야 할 것이다.

실라칸스는 길이 1.5m, 무게 70kg까지 나가는 백색 또는 갈색점이 박힌 진한 청색의 물고기이다. 분류상 경골어류 중 멸종됐다고 생각했던 엽상지느러미 물고기에 속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유전자적, 형태학적 연구결과 또다른 경골어류에 속한 폐어나 아니면 이러한 뼈대가 있는 근육질 지느러미를 갖춘 엽상지느러미 물고기를 육지에 사는 4지동물의 조상이라고 추정한다. 실라칸스의 친척쯤 되는 유스테노프테론의 골격은 양서류와 상당히 닮았다.

이런 물고기는 처음 육지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하버드대학의 로머가 1940년대 낸 학설이 정설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폐어가 육지로 나왔을 때 아직 지느러미로 펄떡이며 연못을 찾아 장소를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다가 생존 적응에 유리한 4지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케임브리지대학의 클랙은 가장 원시적인 4지동물인 아칸토스테가 화석을 연구해 육지에 오른 물고기는 물 속에 살 때 이미 4지 형태를 갖추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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