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과학] 가이아 철학에 따른 ‘환경테러’ 강건일의 과학읽기 지난 7월 미국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의 옥수수 시험 재배지를 누군가 밟아 뭉갠 사건이 일어났다. 그곳은 1983년 노벨상 수상자 바버라 매클린토크가 1940년대 옥수수 유전자를 연구한 곳이기 때문에 특히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는 유전자 변형 작물을 심지 않았다는 발표가 나왔으나 유전자 연구에 반대한 이런 작물 시험장의 훼손과 심지어 농과대학 건물에 대한 방화 등이 지난해에만 미국 전역에서 30건 이상 일어났다. 이런 식으로 환경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운 폭력 행위를 ‘환경테러’(eco-terrorism)라고 부른다. 그동안 환경테러는 지구해방전선(ELF)이나 동물해방전선(ALF) 등과 같은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이 일으켰다. 이들은 산림과 동물보호를 구실로 내세워 벌목장, 스키장, 모피공장, 야생동물 통제기관 등에 방화했고 연구소의 동물실을 습격했다. 이제 테러의 대상에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연구가 추가된 것이다. 이들은 외형상 단지 환경 훼손에 대한 경고와 정부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는 기존 환경주의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바탕을 갖고 있다고 분석된다. 이들은 모성적 자연에 대한 신앙, 다시 말해서 자연은 인간이 범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에 의해 결정될 수 없는 ‘본질적 가치’(intrinsic value)를 지녔다는 신앙적 믿음을 전달하려는 방편으로 이런 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대지의 여신) 가설과 연장선상에 있는 환경 철학과도 연결돼 있다. 가이아 가설은 지구를 대기, 해양, 지표의 바위 등 환경계와 인간을 포함한 생물계로 이뤄진 하나의 유기체로 간주한다. 이 과학적 가설이 환경철학이 된 이유는 인간이 지구를 남용함으로써 유기체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메시지 때문이다. 나아가 이 철학은 유기체 지구를 의식적 존재로 형상화시켜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때 가이아의 암으로 표현된 인간에 대한 테러란 당연해 보인다. 우리 주위의 진보적 환경주의자는 지구를 숭배하거나 자연의 본질적 가치를 고집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환경운동을 “모든 생명체는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운동”이라고 보고, 그 안의 인간을 “욕망을 가진 동물이다”라고 규정한다는 점에서 가이아 철학과 관련성을 갖는다. 이들은 덧붙여 “산업혁명이 환경파괴의 출발이었다”라며 과학문명을 비판한다. 과학 옹호자의 입장에서 보면, 산업혁명이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출발점이었다. 과학의 발전이 아니었다면 지구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결과 폐허로 변했을 것이다. 또한 인과론, 정량성, 객관성, 합리성 등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과 이성의 최대한 활용만이 환경문제를 줄이고, 발견하고, 해결할 방법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가이아 철학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어떤 실질적 처방도 내리지 않은 채 인간에게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죄의식과 죄값만을 강요한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