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 2000년11월14일 제334호 

[과학] 다시 생각하는 과학자의 윤리

강건일의 과학읽기

1989년 미 과학학술원은 <과학자가 된다는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안에 과학자간, 그리고 과학자와 사회 일반간의 관계를 규정한 ‘과학에서의 사회적 메커니즘’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학 또는 과학자의 윤리에 해당된다. 이 보고서는 윤리강좌에 필독서로 사용돼 왔으며 1995년 과학, 공학, 의학학술원 공동명의로 개정판이 나왔다.

과학자간의 윤리와 관련하여 보고서는 과학은 고립된 가운데 이뤄질 수 없으며 “동료와 관계 학자들과 아이디어와 비평적 견해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오류와 날조가 개입된 결과가 지식으로 전파되지 않도록 개개 과학자에게 “최선의 연구를 해야 하며 날조를 금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동료과학자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목은 인용을 중요시한 표절금지에 관한 규정이다.

과학은 그 메커니즘에 과학자간 윤리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학술 논문 발표 절차를 통해 대부분 관련 윤리위반이 가려진다. 하지만 예를 들어 과학자의 날조 등 이를 벗어나 사회문제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도 과학자 집단은 정치인 등 외부의 개입을 거부한다. 자체 내에서 윤리를 적용하여 해결할 문제이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성에 대해 보고서는 “사회의 관심사에 부응하며 사회에 해가 될 연구를 하지 않는다”와 “과학의 가치를 계몽한다”는 두 가지 윤리를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는 어떤 과학연구가 중요한지, 우선순위에 관심이 많다. 또한 인간복제, 유전자변형 식물, 인간유전자와 인권 등 유전자와 관련된 위험성에도 관심이 크다. 이때 과학자의 윤리는 해가 되는 연구를 하지 말며 갈등적 문제에서 사회와 합의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합의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과학자는 최대한 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과학자의 참여를 촉구하는 과학의 정치이지만, 이보다 과학자의 윤리는 사회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역할을 할 책임성을 강조한다. 사회의 관심사에 관해 ‘과학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또한 사회에는 과학적 개념을 제대로 이해 못하며, 심지어 과학에 회의를 품은 대중과 지식인이 함께 섞여 있다. 이들에게 과학을 알려주며 또한 과학의 가치를 계몽해야 한다고 윤리는 강조한다.

하지만 사회에는 ‘두 문화’ 문제가 있다. C. P. 스노는 언어와 주제의 차이로 인하여 과학자와 인문학자 사이에 대화의 단절이 있다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 로저 스페리는 이를 상반된 세계관, 즉 주관적 가치를 보는 시각차이라고 해석했다. 이 사회에는 근원적으로 과학무지와 심지어 ‘여러 진리를 주장하는’ 과학의 비정당화 기류가 조성돼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윤리만으로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올바른 결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두 문화의 골을 메울 교육제도의 개선이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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