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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바이러스가 생태계를 위협한다 야생동물 감소 원인으로 떠오른 각종 감염증… 인간에게 치명적 영향 입힐 수도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흰목대머리수리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이 독수리의 모습을 인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1986년까지도 인도의 한 국립공원에서만 2400마리 이상이 관찰되었지만 지난해에는 100여 마리, 그리고 올해에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봄베이 자연사학회의 회장인 아사드 라마니는 지금까지의 모든 자료와 연구보고서들을 토대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20세기 후반의 환경문제 중 가장 큰 수수께끼로 꼽히던 양서류의 급격한 감소에 대해서도 최근의 생태학적 연구는 감염증이 원인일 가능성을 가장 크게 꼽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그 주범은 양서류의 피부를 이루는 주요 단백질인 케라틴에 기생하는 균류로 밝혀졌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중앙아메리카의 7개종의 양서류를 거의 전멸시키다시피 한 치트리디오미코시스(chytridiomycosis)라 부르는 신종 감염증은 1998년에 처음 알려진 것으로 아직 그 출현 경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외에도 여러 가지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학자들은 이런 사례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한다. 감염에 의한 개체군 감소, 특히 사람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의 가장 두드러진 예는 이미 100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다.
아프리카를 휩쓸었던 우역의 영향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가 입은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우선 누, 아프리카산 얼룩영양 등을 비롯해서 발굽이 있는 야생동물들의 4 분의 3이 몰살했다. 동물의 먹이사슬에서 토대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는 이들 초식동물들의 대량 감소가 전체 생태계에 끼친 영향은 거의 파국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도 마사이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이 기르던 소떼의 거의 90%가 죽어나갔고, 살아갈 방편을 잃은 마사이족은 살아남은 소떼를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고 지나가는 대상(隊商)들에게 식량을 구걸하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 전체 인구의 3 분의 2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남아프리카를 식민통치하던 영국 당국은 이 죽음의 행진을 막기 위해 무려 1500km에 걸쳐 가시 울타리를 치고 감염된 소를 모두 사살했지만 1897에는 이미 최남단인 케이프타운 근처의 동물들까지 죽어갔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전체를 황폐화시킨 것이다.
인간이 새로운 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인류는 20여 가지의 새롭게 출현한 감염증(emerging infectious disease)에 시달리고 있다. 에이즈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증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며, 이 신종 감염증들은 현재 인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그런 바이러스들이 원래 대형 유인원과 같은, 이미 그 바이러스에 적응한, 야생동물들 속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 살고 있다가 숙주가 사라지면서 인간에게 들어온 것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직접 인간에게는 감염되지 않더라도 가축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생태학자들은 야생동물, 가축, 인간이 별개의 집단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연속체임을 강조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균형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전체에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균형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생태계의 구성과 그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김동광/ 과학평론가·과학세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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