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 2000년08월17일 제322호 

[과학] 난개발 부추기는 현행 온천법

32번 국도 박정자에서 동학사를 향해 조금 들어가면 오른편에서 장군봉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바로 여기서부터 계룡산국립공원은 시각적으로 시작한다. 장군봉의 위용은 주변의 너른 녹지가 보전되어 있어 가능하다. 그 녹지가 개발된다면 어떻게 될까. 계룡산의 가치는 장군봉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장군봉 아래 녹지대는 온천지구다.

천연기념물 155호 성류굴로 흘러들어가는 울진군 왕피천 상류 일대도 온천지구다. 1996년 울진성류온천개발(주)는 왕피천 상류 근남면 수곡리 일대에 3개의 취수공을 뚫어 섭씨 28도의 물을 끌어올려 하루 4천t급 온천지구 신청을 냈고, 당시 군수는 자원관리 차원에서 허가했다.

당시 왕피천 상류는 1980년 수산자원보전지구로 지정되어 주민들이 풀 한 포기조차 건드릴 수 없도록 엄격하게 관리되었던 곳이다.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울진군은 개발이익보다 미래자산인 수환경 보전이 중요하다고 판단, 개발계획 수립 시한인 2년 동안 온천개발 허가를 마다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998년 현 군수로 바뀐 이후에도 경상북도의 독촉과 담당 공무원 문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발을 막아왔던 곳이었다.

그런데 낙제점을 면치 못할 15대 국회는 온천법마저 개악하는 데 서슴지 않았다. 이에 화답하는 개발업자의 로비가 있었다고 강력히 의심되는 상부 기관은 현행법 운운하며 울진군에 이행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현재 울진군과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행동으로 공사는 미뤄지고 있지만 현행법은 미래자산을 파기하는 난개발을 충실히 안내하고 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는 공사규모를 고위로 축소시킬 길을 터주고, 시늉만 해도 무방한 환경성평가는 핵심자료를 누락시킨다. 독특한 함유물질 여부와 관계없이 섭씨 25도를 넘기면 허가조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제도 내에서 난개발은 부추겨지고 있다. 그 피해는 개발이익과 관계없는 주민과 후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케이블카 운운하는 거짓 소문으로 섣부른 투기꾼을 유혹하는 개발업자는 헐값에 사들인 땅을 온천지역의 노른자라며 팔아먹은 뒤 빠져나가고,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소규모 지주들은 연합전선을 펴고 난개발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이런 악순환은 장군봉만의 사정이 아니다. 사례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전국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성류온천 반대운동을 계기로 온천법 재개정 운동에 불이 붙었다. 16대 국회의 진취적인 의원 그룹에서 개악된 온천법을 손질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난개발은 비단 온천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온천법의 재개정 논의가 난개발을 부추기는 여타 제도정비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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