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 2000년08월09일 제321호 

[과학] 밀레니엄과학읽기/ 두려워해야 할 유전공학의 미래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20대 후반의 여성이 결장암으로 사망했는데, 나중에 그의 아들이 성장하여 20대가 되자 혹시 어머니의 질병이 유전적 요인은 아니었는지 걱정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도 그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은 건강진단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았다. 결과는 양성반응.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결장암으로 발전되는 희귀한 종양의 발병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몇년 지나지 않아 그 특유의 종양이 발생한 것이 포착됐고, 그 즉시 외과수술로 종양을 제거했다. 20대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특별히 암에 걸릴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자주 건강진단을 받지 않으므로, 이 청년의 경우도 유전자 검사가 아니었다면 어떤 운명에 처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식으로 유전자 검사는 유전성 질환의 예방이나 조기 치료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전자 검사가 100% 신뢰성을 갖지는 못한다.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질병은 특정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긴 하지만 그 돌연변이의 종류가 600여 가지나 돼, 비용 등의 문제로 도저히 모든 경우를 다 검사해 볼 수가 없다. 현재는 가장 빈번한 70가지 정도만 검사하는데, 물론 이 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왔다고해서 이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또 흔히 ‘노인성 치매’라고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병도 ‘E4’라는 특정 유전자의 작용임이 밝혀졌지만, 실제 이 병의 환자들 중에는 이 유전자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결국 유전자 검사는 현재까지는 그저 ‘확률의 예측’을 돕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밝혀내는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바로 이러한 예측의 정확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잘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미래상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1996년에 미국에서는 해병대원 두 사람이 군사재판 법정에 선 일이 있었다. 그들의 죄목은 혈액 및 신체조직 샘플의 채취 거부. 미 국방성은 군인들이 전투에서 사망할 경우 신원확인을 위한 방법으로 DNA검사를 한다. 그래서 모든 미군들은 의무적으로 샘플 채취에 응해야 하는데 이 두 병사는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영화 <가타카>는 유전공학적 미래상의 부정적인 측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나리오이다. 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가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하는 일이 최악으로 흐른다면 이 영화처럼 될 것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영화 속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혈액을 채취하여 유전자를 검사, 예상수명과 각종 질환 발병가능성 등을 일목요연하게 산출한다. 특히 더 인상적인 것은 유전자 조작과 합성 등을 통해 우수한 유전인자만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도록 한다는 설정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부모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신의 아이’로 태어나,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회나 혜택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비참한 삶을 산다. 현실적으로도 보험이나 취업 등에서 차별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앞의 해병대원들이 샘플 채취를 거부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렇게 드러난 사실은 해당인에겐 사회생활에서 지울 수 없는 굴레가 되고, 결국 심리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힘들 것임은 자명하다.

박상준/ 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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