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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저리 비키시라! 성역 없는 방송 <알아라비야>의 눈부신 약진… 최근 미국이 바그다드 지사 폐쇄하기도
“과도통치위원들을 공격하라고 촉구한 사담 후세인의 육성 테이프를 방송한 것은 살인교사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알아라비야>의 바그다드 지사의 활동을 폐쇄조치한다.” 11월24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미 점령 당국의 승인을 받아 <알아라비야>의 바그다드 지사를 폐쇄했다. 아울러 <알아라비야>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알아라비야>의 실체는 뭐고, 살인교사 혐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일 때 <알자지라>가 겪었던 유사한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이라크 안팎의 언론들과 국경 없는 기자회 등 언론자유 단체들은 ‘보도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키운 방송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순번의장 잘랄 탈라바니)의 이번 조처는 <알아라비야> 방송에 대해 쌓였던 미군 당국과 부시 행정부 관리들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의 11월16일치 9번째 사담 후세인 육성 테이프 보도는 바그다드 지사의 작품이 아니었다. 두바이 본사가 단독 입수해 방송한 것을 다시 내보냈을 뿐인데 정작 바그다드 지사가 폐쇄 조처된 것이다. 궁지에 몰린 미군 당국이 언론에 분풀이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알아라비야> 등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협력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9월 하순에도 유사한 사건이 불거졌다. 당시 이라크 과도통치위는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2개 아랍 방송에 대해 일시적인 취재 금지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두 방송사의 기자들은 2주간 과도통치위 건물을 비롯한 정부 관청 건물에도 출입할 수 없었다. 반미 폭력을 고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알아라비야>의 도약은 눈부시다. 이제 <알자지라>와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있다. 전파를 내보낸 지 반년도 채 안된 시점이다. <알아라비야>는 2월20일 첫 전파를 발사한 뒤 3월3일 24시간 종일 방송을 내보냈다. 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알자지라>의 아성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4월4일에는 갑작스럽게 사담 후세인이 <알아라비야>의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했다. 미군의 바그다드 옥죄기가 정점에 이르던 때 바그다드의 가장 번화한 거리인 알만수르에 사담 후세인 얼굴이 비친 것이다. 수많은 이라크 사람들의 환호하는 모습과 군중들에 둘러싸여 승리를 장담하는 듯한 후세인의 태연스러운 표정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테이프 진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알아라비야>의 존재가 널리 각인된 계기가 되었다.
<알자지라>의 방송은 다소 공격적이고 이슈 중심적이며 다분히 선정적이다. ‘아랍의 옷을 입은 서구 언론’이라는 평가도 있다. <알자지라>의 주요 인적자원이
왕실 대신 민간자본 끌어들여
반면 <알아라비야>는 향후 5년간 투입될 3억달러의 자금을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UAE) 등지의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충당할 계획이다. <알자지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립된 자유언론의 틀을 갖춘 민간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난 터라 평가하기에 섣부른 감도 있다.
중동에서 손꼽히는 언론 사각지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힌다. 프리덤하우스나 엠네스티 등으로부터 이런 악명을 뒤집어쓴 지도 오래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자유언론의 성가를 한창 올리고 있는 <알아라비야>의 소유주라는 점도 이채롭다. <알아라비야> 소유주의 이름은 왈리드 알이브라힘(43)이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의 처남이다. 알이브라힘은 레바논의 재벌이자 현 총리인 라피크 알하리리 가문과 합작으로 1991년 아랍 최초의 위성방송인 <중동방송>(MBC)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덜 선정적이고 더 균형 잡힌 뉴스, 아랍어로 전달되는 뉴스, 대안을 제시하는 방송’으로서 <알아라비야>는 대양주를 넘어 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서구의 옷이 아닌 아랍의 옷을 입고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아랍 이슬람 세계의 독재와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바꿔나가겠다는 <알아라비야>의 꿈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암만= 글 · 사진 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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