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ww.hani.co.kr/h21![]() |
![]() |
|
기사섹션 : 움직이는 세계 | 등록 2003.10.23(목) 제481호 |
![]() |
[움직이는세계] 중국이 우주에 붕 뜨다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으로 열광의 도가니…군사기술 전용 우려와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중화민족이 일어섰다”. 지난 10월15일 오전 9시, 간쑤성 주취안 우주발사기지에서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가 발사되는 순간, 중국 대륙은 온통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열광’하기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화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전 세계 화교 매체들은 선저우 5호의 발사 성공을 머리기사로 일제히 전하면서 ‘전 중화민족의 영광’이라는 말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중국 내 언론매체 역시 “천년의 꿈이 이루어지다” “중국인이 드디어 우주를 날았다” 등의 굵직한 활자로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이 극적인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미-중 본격 ‘파워게임’ 시작?
그러나 이 우주쇼를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중국 대륙매체가 아닌 홍콩의 <봉황방송>이었다. 애초 발사 실패를 염려해, 발사 당시 생방송을 보류했던 중국 중앙방송 16일 아침, 선저우 5호가 지구를 14바퀴 돈 뒤 네이멍구 초원 위로 무사히 귀환하자 열광과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각 학교와 군대, 회사, 거리 등 곳곳에서 시민들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오성홍기를 휘날리는가 하면 환호의 박수를 쳐댔다. 중국 중앙방송 취재에 응한 한 시민은 “중화민족이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 역시 발사 성공 직후 “이것은 중국인의 역사적인 순간입니다”라고 첫마디를 내뱉었다. 약 이틀간의 짧은 ‘우주쇼’가 가져다준 중국인들의 일체감은 바로 하루 전 폐막된 제16기 3중전회의 ‘정치적 효과’보다 몇배나 더 큰 것이었다. 발사일이 16기 3중전회 직후로 맞춰진 것도 이런 ‘계산된 의도’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시킨 강대국이 된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만은 않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애써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으나 내심 중국의 ‘우주 진입’에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대다수 매체들은 중국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을 ‘21세기에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새로운 강국’의 등장으로 해석하는 한편, 중국이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즉, 통신위성과 정찰위성에 이어 유인 우주선까지 성공리에 쏘아올리면서 핵심적인 우주기술을 장악한 중국이 반드시 이를 군사적 목적에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 1999년 무인 우주선 선저우 1호를 발사할 당시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제기된 ‘중국 우주계획 경계론’에 따르면 중국 우주기술의 발전은 향후 미국과 일본 등에 장기적인 위협이 될 것이며, 중국은 우주기술을 이용해 미국과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미사일방위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즉, 유인 로켓기술을 장악할 수 있으면 미사일방위 시스템을 해체시킬 능력을 갖는 것이며 이것은 곧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것이며, 때문에 중국의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은 미-중간 본격적인 ‘파워게임’의 시작일 뿐 아니라 조만간 우주군비 경쟁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개발비용을 빈부격차 해소에 썼다면…
이런 반응에 대해 중국 정부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일축하면서 우주기술을 결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의도가 없으며 오로지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일본과 미국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의 우주개발 경계론은 지난 90년대 이후 중국의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불거져나온 ‘중국위협론’과 맥을 같이하는 새로운 위협론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결코 우주기술을 위협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옛 소련이 과거에 왜 그렇게 ‘우주’에 열을 올렸는지 너무나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강조하는 그 기술의 ‘순수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더구나 발사 직전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에서도 그 ‘군사적 의의’를 굳이 부인하지 않는 기사를 발표해 이러한 ‘의심’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선저우 5호가 발사되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 <인민일보>는 중국 유인우주계획은 거대한 군사적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지상군사력을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수무기 실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두번에 걸친 걸프전쟁은 중국 정부로 하여금 우주과학기술의 장악이 전쟁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믿게 했으며, 중국이 유인 우주선 발사를 선포한 이후 각국은 중국이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할 것임을 의심하고 있지만 평화를 유지하고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군사실력과 반격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 각국이 중국 유인 우주선의 군사적 목적에 경계심을 갖는 것과 달리 중국 내에서는 과연 이것이 ‘시의적절한 계획’인가, 그리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단지 일시적 ‘환상’에 불과하다.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함으로써 중국 과학기술의 선진성을 세계에 홍보하고 우주강국에 진입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눈앞에는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다. 동부와 서부의 빈부격차 및 농촌·농민·농업 문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게다가 미국을 따라잡기에는 아직도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빈부격차 해소나 농촌문제 해결에 쏟아부었다면 지금보다는 사회가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다.” 중국의 한 언론인은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아니며 오히려 좀더 냉정한 시각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우주대장정 시작
중국의 한 인터넷 매체에 보도된 홍콩의 ‘개방’ 잡지 편집인 차용매이는 “중국의 종합 국력은 매우 커보이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고 있다. 중국은 가령 초·중·고등학교 의무교육의 보편화와 같은 분야에 돈을 쓸 곳이 많다. 많은 부유한 서방국가들도 우주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거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중국이 우주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그다지 정확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며 중국이 막대한 돈을 우주개발 비용에 쏟아붓는 것을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들은 현재 거대한 ‘우주꿈’에 부풀어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대다수 중국인들의 귀에는 마치 환청처럼 다가가고 있다. 1949년 10월1일, 기나긴 대장정을 승리로 이끈 마오쩌둥은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은 여기서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다”며 20세기 신중국 건립을 선포했다. 2003년 10월15일, 21세기 초 중국의 역사는 톈안먼 광장이 아닌 ‘우주’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국 최초의 우주인이 된 양리웨이가 우주를 나는 소감이 어떠냐는 부인의 질문에 “풍경이 참 아름답다”고 감탄했듯 중국인들은 지금 21세기 우주를 날아올라 강대국의 길로 가는 ‘아름다움 풍경’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우주로 날아오른 중국은 지금 새로운 ‘우주대장정’을 시작하고 있다.
베이징= 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