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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국-베트남의 8년 가교 [움직이는 세계 | 외국인의 한글 사랑]
최초의 한-베 사전 만든 레 후이 코아… 한국어학교 설립의 원대한 꿈도 꾸고 있다
올해 나이 서른의 레 후이 코아(LE HUY KHOA). 그는 오늘도 사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과 베트남 양국을 통틀어서 최초의 한-베 사전을 만들었지만, 미비점을 보강하고 좀더 완벽한 사전을 만들기 위해 ‘한-베 대사전’을 준비하고 있다. 4~5년 뒤면 ‘한-베 대사전’이 완성될 것이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돈 빌려 산 사전
현재까지 그가 펴낸 사전류는 ‘한-베 소사전’ ‘한-베 사전’ ‘한국어 속담’ 등 세 종류이고, 교재로는 ‘한국어 회화’ ‘한국어 발음법’ ‘한국어 기본 문법’ ‘한국어 기본 문장’ ‘한국어 기본 회화’ 다섯 종류다. 번역서로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한국 축구 드림팀’ 등 두 가지다. 대학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전공한 그가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966년부터 73년까지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을 한 인연으로 92년 한-베 재수교 당시, 한국어 통역원으로 양국 교류에 일익을 담당했다. 수학과 교수로 20년간 재직한 그의 아버지는 한-베 수교와 더불어 자신의 인생항로를 바꾸고, 자식에게도 한국 기업에 입사하도록 권한다.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95년에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처음 갔어요. 당시는 베트남 대학에 한국어과도 없었고, 한국어학원도 없었지요. 그래서 한국에 가기 전, 아버지로부터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배웠지요. 어머니한테 20달러를 받아서 한국에 갔는데, 영한사전과 한영사전을 사려니 24달러가 필요하더군요. 식당 아주머니한테 4달러를 빌려서 사전 두권을 샀고, 한국어 교재 없이 그 사전만 갖고 공부했어요. 일 끝나고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그리고 아침 5시부터 8시까지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사전에 나온 예문만 갖고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나도 언젠가 내 손으로 꼭 사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95년부터 97년까지 한국 회사에 다니던 그는 베트남에 3개월 정도 들어왔다가 그의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다시 갔다. 아버지는 ‘베트남 인력송출회사’ 서울 지사장으로, 자신은 주재원 신분이었다. “97년부터 2년간 ‘연세어학당’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했습니다. 어학당 과정을 마치고 나니 한국어에 자신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사전을 만들 만큼의 시간이 나진 않았어요. 그러다 2001년 말부터 ‘한국주재 베트남대사관’ 노무관으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대사관 업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데다, 대사도 사전 작업을 옹호하면서 많은 배려를 해주어 시간을 충분히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95년부터 제가 만들었던 단어장에 살을 붙여서 2002년 10월에 사전으로 완성했으니, 전체적으로는 8년의 시간이 걸리고 사전 만든 시간만 계산하면 3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는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문법이 영어나 중국어보다 어렵고 특히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이 복잡하게 여겨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베트남어와 마찬가지로 한국어에 한자어가 많아서 단어를 익히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자모음 조합이 쉬워서 한번 익힌 발음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다. 특히 한국어 문장에 흐르는 내면의 문화가 베트남과 비슷해서 공부할수록 재미가 붙었다.
한글에서 느끼는 한국인의 저력
“언어와 문자는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역사이자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언어와 문자를 이해해야 그 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요. 세계에서 독창적인 문자를 가진 나라가 그리 많지 않은데, 한국이 그런 나라들 중 하나라는 데서 한국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발전도 그런 독창적인 저력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은 베트남의 네 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전체 수출입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또 각종 한국 상품들과 더불어 드라마를 매개로 한국 열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에서 그가 만든 ‘한-베 사전’은 한-베 양국 교류의 중요한 밀알이 되고 있다. 그의 사전은 한국어-베트남어를 공부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기업인·정치인·외교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그의 장래희망은 ‘한국어학교’를 설립하는 일이다.
호치민=글 · 사진 하재홍 전문위원 vnrou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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