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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베낌’의 악순환을 끊고… [움직이는 세계 | 외국인의 한글 사랑]
일본인을 위한 실용적인 한-일 사전 준비하는 유타니 유키토시 도시샤대학 교수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으며, 한국 관련 연구자들도 생각보다 적다. 특히 한국어사전 편찬에 관련된 학자들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연구 열기만은 한국 못지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도시샤대학의 유타니 유키토시 교수의 작업은 단연 빛난다. 그가 중심이 되어 몇몇 교수가 함께 1993년에 쇼각칸(小學館)에서 발행한 <조선어사전>은 수록 어휘가 방대한데다 주석도 매우 정밀해 일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연구자들에게 필수품이다.
사전다운 사전도 없던 시절…
유타니 교수가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1970년대 초반에는 교재는 물론 사전다운 사전도 없었다. “당시 시판되고 있던 참고서 가운데 하나는 1960년대 초에 이른바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간 송지학씨의 <기초 조선어>이고, 다른 하나는 이시하라 로쿠조 교수와 아오야마 히데오 교수의 <조선어 4주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은 기술 방법이 달랐습니다. 전자가 이론적이라면 후자는 실용적이었어요. 그래서 우선 두 책을 대조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해본 것이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초기부터 적지 않은 어려움에 부닥쳤다. “사전은 어휘도 적고 설명도 제대로 안 된 것밖에 없어서, 문학작품은커녕 논설문을 읽을 때도 사전에 없는 단어들이 많아 고생했습니다. 특히 어미의 미묘한 차이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그에 비례해 발견의 즐거움이라는 것도 있었지요.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다가 문맥에 딱 맞는 말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어떤 것에도 비길 수 없었습니다.” 그는 단파 라디오를 갖고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들으면서 한국어를 독학으로 익혔다.
한국어사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대학 강의에서 좋은 사전이 없으면 교육적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부터다. 마침 쇼각칸에서 한-일 사전을 만드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기존 한-일 사전들의 문제점을 보완한 좋은 사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개인적 욕심도 있었다. 기존의 사전들은 한국에서 출판된 국어사전(한국어-한국어 사전)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한국의 국어사전에는 고지엥(廣辭苑)과 같은 일본의 사전을 베낀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이것을 실감한 것은, 덴리대학에 근무할 때 <현대 조선어사전>의 개정에 관여하면서였습니다. 사실 이 사전의 개정 작업은 혼자 도맡다시피 했는데, 그 기초적인 작업 중 하나가 한자어들을 검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한국의 사전과 고지엥을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한국 사전의 뜻풀이가 고지엥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심지어 일본 문화에 관한 지식이 없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뜻풀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어요.”
발음기호 없어선 안 된다
그는 조선어사전의 편찬 방침을 이렇게 정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인을 위한 한국어사전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인들이 쓰는 국어사전에는 필요 없는 정보, 예컨대 ‘가면’과 ‘가거든’은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또 ‘안, 속, 가운데’에는 어떤 구별이 있는가, 그런 점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종래의 사전에는 실리지 않은 용법을 찾아내 새로운 뜻풀이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실용적인 사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예로 발음기호를 들 수 있다. “한국인들 사이에는 한글은 그대로 발음을 정확히 나타내고 있다는 오해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어에는 글자, 곧 한글대로 발음되지 않는 단어가 적지 않고, 그 중에는 ‘사건’처럼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된소리가 되는 단어도 있습니다. 따라서 발음기호가 없는 한국어사전은 실용적인 것이 못 된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그는 일-한 사전의 기능도 부여하려고 했다. 권말에 간단한 일어 색인을 수록한 것은 그 일환이며, 작문할 때도 도움이 되게끔 동사와 형용사에는 활용 번호를 붙여 권말의 활용표를 찾으면 복잡한 활용형을 자동으로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교토=글 · 사진 고영진 | 도시샤대학 언어문화교육연구센터 조교수 youngko@mail.doshisha.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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