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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교육에 칼질하지 말라” 움직이는 세계 | 프랑스
정부 개혁안에 반대해 거리로 나선 프랑스 교원노조… 올 가을 2라운드가 시작된다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멈출 줄 아는 교사님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대체로 시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다행이다.” 지난 6월12일 프랑스의 수능시험인 바칼로레아 실시 첫날, 시험 진행 상황을 두고 프랑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한 발언이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교사들이 보이콧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떠돌았는데, 시험이 정상대로 진행된 데 대한 안도감을 표현하고 있다. 바칼로레아 보이콧까지 운운하며 진행된, 교육계 종사자들과 프랑스 정부간 마찰로 요즘 프랑스 전체가 뜨겁다.
“지방분권화는 교육 격차만 부른다”
특히 교사들의 분노를 산 개혁안 내용은 정년퇴직 연한 연장과 교육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이다. 정년퇴직까지의 근무기한을 종래의 37.5년에서 점차적으로 40년으로 그리고 42년으로 늘인다는 사회개혁안은 빨리 퇴직해서 안락한 노후생활을 꿈꾸는 프랑스에서 교사들뿐 아니라 봉급자들의 분노를 샀다. 또한 교육부의 지방분권화는 그동안 중앙이 담당하던 대학의 자치권을 확장하고 초·중등 학교에서 교사를 제외한 다른 고용인들의 인사권을 점차적으로 지방정부에 이관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내 의사, 상담원, 간호사, 안전요원, 청소부, 인부 등 직접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를 제외한 인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개혁안은 발표되자마자 해당 고용인은 물론 교사들의 노여움을 샀고, 그 노여움은 교원노조의 시위로 이어져 거리에서 폭발되었다. 교원노조는 지방분권화는 곧 지방재정에 의존한다는 말이므로, 이 개혁안이 시행되면 지역간 교육 격차가 심해져 교육평등 이념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번 시위가 소도시보다는 대도시, 부자동네보다는 서민층 지역에서 활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사들의 시위 및 파업권이 인정되는 프랑스에선, 교사들이 거리로 나서 분노를 외치며 시위하는 것은 교육개혁안이 발표될 때마다 예상되는 일이다. 더욱이 국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우파 정부가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안으로 칼질을 해대고 있는 상황이라, 교육부 예산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한 입장과 교사들의 반대가 좀체 타협을 보지 못한 채 최근 치러지는 다양한 시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프랑스의 현 교육부 장관 뤼크 페리는 전직 철학교수로 정계가 아닌 교육현장에 줄곧 몸담아왔기 때문에 취임 당시 교육계의 환영을 받았다. 페리는 인텔리답게 교육개혁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교육부 차관들과 함께 올봄 책을 한권 펴냈고, 그 중 80만부를 현직교사들에게 무료 배포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책은 교사들 손에 들어가 읽히자마자 이해가 아닌 분노를 샀고, 곧장 교육부의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촉발시켰다. 교사들은 책을 찢거나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싸움은 페리가 먼저 시작했다고 외치는 교사들의 1라운드 혹은 2라운드 공격에 페리는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프랑스 공교육의 자부심과 고민
교사들은 왜 교육부 장관의 책을 찢으면서까지 교육개혁에 반대하고 나섰을까. 프랑스는 1882년부터 이전의 종교 교육의 성격을 탈피하고 공화국 이념을 기치로 무상 의무교육, 무종교 중립교육을 실시해온, 그 어느 나라보다 탄탄한 공교육을 기반으로 교육의 민주화와 평등을 실현하고 있는 나라다. 시위에서 교육체제 현상유지를 외치는 소리는 바로 이 공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100년 이상 그런 교육 전통을 이어오면서 국가가 교육에 투자한 돈도 엄청나, 국내총생산의 7%에 해당(2002년 기준)하는 프랑스의 교육예산은 국가 예산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재정적자나 인구감소 등의 고질병을 앓고 있는 선진국 중 하나인 프랑스는 교육분야에서 개혁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교육지출과 관련된 국가예산 측면의 고민이라면, 교육현황 및 성과와 관련해 페리 장관이 그의 저서에 명기한 고민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학교 내의 폭력 증가, 고질적 학업부진, 일레트리즘(알파벳을 배웠지만 해독하거나 쓰는 능력이 아예 없거나, 해당 학력 수준에 못 미치고 아주 저조한 상태)의 증가다. 페리에 의하면,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중 21∼35%가 일레트리즘에 속한다고 한다. ‘학업 실패’는 교육체제의 연장선에서 학위 획득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탈락하거나 자퇴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일반대학의 경우 평균 55%가 일반교양 과정인 1, 2학년에서 탈락 또는 자퇴하고 있다.
교내폭력 또한 사회문제로
교육의 질적 저하 현상은 특히 서민지역에 두드러진다. 학생들의 자질을 고려하지 않은 ‘모두를 위한 평등교육’의 부작용이라고까지 해석되어 현재 프랑스 공교육의 위기를 논하는 이들도 있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교육부 장관이 제시한 개혁안의 가장 중심적 내용은 지방분권을 추진해 교육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쪽은 오늘은 일반 고용인, 내일은 교사들까지 포함시킬지 모르는, 지역 차별화로 평등교육의 토대를 흔들어놓는 것이며 교육조차 자본주의화하려는 움직임이라며 맞서고 있다. 바칼로레아가 보이콧까지 가는 일은 막자는 차원에서 시험이 실시되기 이틀 전 정부와 노조의 협상이 급행으로 이뤄졌다. 여기서 진로상담원이나 의사·간호사 등 학생관리와 관련된 직책의 인사는 동결시킨다는 협상이 이루어져 일단 발등의 불은 끈 셈이다. 6월19일 학년 마지막 시위를 마친 개혁 반대진영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 입장에 계속 맞서기 위해, 가을 새 학년을 기약하며 일단 시위를 중단하고 바캉스에 들어갔다. 교육개혁과 사회개혁이 재개될 올 가을 프랑스는 여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다.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nowar@tiscali.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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