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이는 세계 ] 2003년02월19일 제447호 

떠들썩한 남미의 하루

“전쟁 반대!” 외침은 멕시코시티에서만 들려오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굵은 장대비를 맞으며 미국과 영국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5월광장 어머니회를 비롯한 인권단체들과 사회단체들이 앞장섰고, 대행진에는 인권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도 참석했다. 5월광장 어머니회 노라 코르티냐스는 얼마 전 볼리비아에서 정부의 살인적 세금인상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이것은 또 다른 전쟁”이라며 볼리비아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난했다. 또한 외국에서 이 나라를 찾은 많은 여행객들이 행진을 지켜봤다. 행진에 합류한 한 미국 청년은 “미국 정부는 전쟁으로 미국 국민을 편집증 환자로 만들려고 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룰라의 브라질 전역에서는 이른 삼바축제가 열렸다. 경찰추산 3만여명이 모인 상파울루 중심가에선 폭력과 테러의 상징인 부시, 빈 라덴, 후세인의 인형들이 등장했다. 집회엔 브라질 노동자당(PT) 대표이자 독재정권 시절 아마존 밀림의 게릴라이던 조제 제누이누와 룰라 정부의 각료들이 참석했다. 리오데자네이루와 브라질리아에서 수천의 시민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삼바리듬에 춤추며 전쟁기계의 냉정한 규율에 맞섰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의 기둥 세계사회포럼의 포르투알레그레의 시민들도 얼마 전 이곳에 모인 전 세계 사회활동가들이 국제반전행동의 날을 제안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칠레의 산티아고에선 3천의 시민들이 1973년 미국 공군기의 폭탄이 떨어진 대통령궁 앞에 결집해 성조기를 불태웠다. 미국이 콘드라 반군을 조직해 비열한 전쟁을 벌인 산디니스타의 나라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서도, 미국이 자국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쿠데타로 민주정부를 붕괴시킨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에서도 미국의 전쟁정책에 맞서 시민들은 거리를 달렸다. 그리고 미국이 침공작전과 공작으로 붕괴하려던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도 수만의 시민들이 아바나에 모여 전쟁 반대와 평화 실현을 외쳤다. 미주개발은행 의장 엔리케 이글레시아스도 전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석유가 상승은 물가상승 압력을 낳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남미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시티=글·사진 박정훈 전문위원 jhpark2001@hotmail.com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