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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움직이는 세계 등록 2003.01.08(수) 제442호

[움직이는 세계] 대리모와 딩크족, 중국의 현재

농촌에선 대리모를 사서라도 대 이으려 하고 도시에선 아이 없이 인생을 즐기려 하고…

중국이 자녀에 대한 가치 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세기에나 있을 법한 대리모 출산이 법적 제한을 뚫고 질기게 몸부림치는가 하면, 아이를 거부하며 부부의 인생만을 중요시하는 딩크족이 늘고 있다. 한쪽에선 지나친 자식 욕심이 부부 윤리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고, 한쪽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전통윤리를 거스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처벌 강화해도 ‘대리모 구입’ 여전

지난해 12월19일 <메이르신바오>가 톈진시에서 있었던 대리모 채용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톈진시 우칭구에 있는 시장 안의 한 전봇대에 대리모를 구한다는 짧은 광고가 나붙었다. “아기를 낳아줄 20~30살의 여자를 찾는다. 계약서를 작성한 뒤 선불로 2만위엔을 지급하고, 면접에 합격한 뒤 호화별장에서의 생활을 보장한다. 계약기간은 2년. 계약기간 안에 남자아이를 낳으면 20만위엔을, 여자아이를 낳으면 10만위엔을 지급한다. 단 이 아이는 반드시 친자확인을 거쳐야 한다. 아이를 낳은 뒤 대리모는 아이와 헤어져야 한다.”

톈진시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장모씨는 결혼 뒤 아내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줄곧 대가 끊어질 것을 염려하다가 이런 광고를 냈다고 털어놨다. 물론 그의 아내도 남편이 이런 광고를 낸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 각종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대리모가 평등한 거래인가 아니면 도덕적 반란인가에 대해 공방이 오갔다.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는 방법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에 있는 몇몇 병원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었다. 이때 대리모는 주로 자매 간의 ‘상호 원조’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은 이 방법도 실행할 수 없다. 2001년 8월1일부터 중국 위생부가 ‘인류보조생식기술관리방법’에 의료기관과 의료요원은 어떠한 형식의 대리임신도 실행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이 대를 이을 자식을 얻겠다는 욕구까지 없앨 수 없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몰래 행하는 대리출산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인공수정을 해줄 대리모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리모와 동거해 자식을 낳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중국 사회에선 분명히 사회 공공도덕을 해치는 것일 뿐 아니라 불법행위다. 동거가 혼인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혼자가 동거를 하면 중혼죄에 해당돼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지난해 혼인법이 개정되면서 중혼에 벌금과 징역 등 처벌규정이 추가됐음에도, 이미 중혼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큼 크게 번지고 있다. 단순히 개혁개방에 따른 졸부들의 외유행각 차원을 넘어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해소될 길이 없어 보인다. 처벌을 받더라도 아들을 얻겠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리모 아이는 법적으로 사생아

게다가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자식이 필요한 수요자와 돈이 필요한 공급자 간에 행해지는 공공연한 거래였다. 특히 경제적으로 낙후된 농촌에서는 대리모를 자청하는 여성들이 많다. 농촌은 도시보다 남아선호가 극심해 촌부들이 대리모를 통해 자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아들을 낳지 못해 대리모를 들여 한집안에서 일부이처 생활을 하다, 대리모가 아들을 낳거나 쌍둥이를 낳아 조강지처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 조강지처가 이를 참지 못해 남편을 중혼죄로 법정에 고소했다는 사실이 지방신문에는 심심치 않게 실린다. 중혼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피고가 고소하지 않는 한 문제될 것이 없다. 따라서 아들을 얻겠다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중국의 ‘중혼죄’는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거를 통해 자식을 보는 것에 대해 윤리적 잣대가 적용되는 데 반해, 체외수정을 통한 대리출산은 윤리도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 방법은 불임으로 인한 성관계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혼모 출산이나 사생아와는 완전히 다른 ‘도덕적 출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나 시험관 아기는 모두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불임여성에게 엄마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점에서 같다고 주장한다. 대리모가 스스로 지원하는 경우, 신체적 손상 없이 아이를 출산한 뒤 비밀을 보장한다면 사회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리출산은 관련 병원의 엄격한 관리와 제도적 뒷받침이 있을 때 가능하다. 예를 들면 대리모 범위와 적정연령을 엄격히 제한하고, 전문기관의 감독 아래 정자와 난자의 결합을 실시해야 한다. 대리모 또한 아이를 출산하면 당연히 모성이 생기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접견권 등을 명문화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중혼이나 대리출산 모두 위법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으로 얻은 아이는 호적 없는 아이가 된다. 중국에선 1가구 1자녀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부부가 아이를 낳기 전에 반드시 관련기관에서 ‘출산허가증’을 받아야만 한다. 만약 둘째아이를 원할 경우, 고액의 벌금을 물어야만 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는 대리모와 아버지가 혼인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합법적인 출산허가증을 얻을 수 없어 사생아가 돼버린다. 이렇게 대리출산은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대리출산은 돈으로 10개월 간의 임신과 분만의 고통을 면피하려는 행위라는 윤리적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대리출산을 통해서라도 대를 잇겠다”는 전통관념에 맞서 “대를 끊는다”는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부부만의 인생을 즐기겠다며 아이를 거부하는 ‘딩크족’이 갈수록 늘고 있다. 딩크족은 확실히 개혁개방 이후 나타난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이들에게 노후 걱정이나 대를 잇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부부 간 행복이 우선일 뿐이다. 광저우·선전·상하이 등 대도시 젊은 부부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는 딩크족 현상은 이제는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광저우에서는 젊은 여성의 20% 이상이 결혼 이후 ‘딩크’를 바라고 있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딩크족 증가 원인은 육아 비용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것은 불효 가운데 가장 큰 불효다. 아이를 키운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하는 철부지들은 아직 덜 자랐다. 책임을 회피하는 이기적 행동이고 여자도 아니다.” 전통관념을 가진 기성세대들이 딩크족을 향해 퍼붓는 이런 비난에 딩크족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성세대를 향해 부부의 인생을 즐길 것을 강조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결혼 뒤에는 아이의 말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자기발전을 도모하며 두 사람의 인생을 살겠다. ”

부부의 인생을 최대한 즐기겠다는 딩크족의 가치관은 육아에 대한 부담에서 출발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 중국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육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육아부담을 국가가 맡아주는 시대는 지났다. 보모비·우윳값·기저귀·의류 등을 포함한 육아비용은 최소 1개월에 2천위엔을 넘어선다. 현재 중국 공무원 평균임금이 월 1천위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젊은 부부에게 육아는 커다란 짐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 자녀만을 두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한국 사회의 사교육을 능가한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이다. 음악·영어·수영 등 과외활동이 극성을 부리고,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갈수록 학비부담은 늘어만 간다. 부부가 맞벌이해도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위해 평생 일하느니, 차라리 부부의 인생을 위해 살겠다는 딩크족이 느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의 한 경제학자는 “아이 양육은 돈에 비해 보답이 너무 낮은 위험도가 높은 투자”라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황훈영 전문위원 kkccjjg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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