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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천국’의 오명을 지운다 교실 복도에도 재떨이가 설치된 독일, 이제 금연운동에 앞장선다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율 높아
우연히 방문한 독일 인문계 고등학교. 교실 복도에 놓인 재떨이들이 인상적이다. 교사의 흡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첫인상도,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연기처럼 쉬 사라져버린다. 커다란 원형 재떨이 주변에 모여들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이들은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다. 흡연을 시작하는 독일 국민의 평균나이가 13살에서 14살이라는 최근 신문기사가 떠오른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15∼20살에 이르는 청소년 가운데 흡연자 비율은 무려 34%로, 독일 최고치를 기록한다. 베를린 청소년 가운데 여성 29%, 남성 39%가 흡연 경험자가 아닌 일상적 흡연자로 구분된다. 동베를린 한 구청의 조사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관할구역 내 8∼10살의 아동 가운데 8%, 10∼12살 37%, 12∼14살 55%가 흡연자로 분류된다. 이에 비해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서베를린 지역의 청소년 흡연율은 눈에 띄게 낮다. 지난 5년간의 청소년 흡연자 증가비율도 동베를린은 50%에 이르는 반면, 서베를린은 그나마 30%에서 멈췄다. 청소년 흡연뿐 아니라, 사회 저소득층의 흡연비율도 90년대 이후 증가추세를 보인다. 교사들의 흡연비율이 23%라면, 블루칼라로 분류되는 페이트공의 흡연비율은 67%에 이르고 있어, 흡연의 직업별 차이도 뚜렷하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외국인 노동자 가정이 독일인 노동자 가정보다 흡연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물론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흡연자의 천국 독일에서도 흡연이 서서히 사회문제로 등장하며, ‘비흡연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6월, 연방정부 주도로 진행된 ‘한달간 담배끊기 행사’에 6만명이 넘는 흡연자들이 참여했다. 이 기간을 넘어서 훌륭하게 담배를 끊은 사람 가운데 몇명에게는 정부가 약 12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금연 흐름에 독일 철도공사도 한몫 거들고 나섰다. 지난 9월5일부터 전국적으로 54개의 기차역을 ‘비흡연자를 위한 기차역’으로 탈바꿈시켰다. 승강장을 비롯해 기차역 전역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자들의 권리는, 노란색으로 육각형 테두리가 그려진 공간에 한해 허용되었다. 독일 철도공사 대표는 이참에 스스로 담배를 끊는 용기를 보이면서, 노란선을 벗어나 과감하게 담뱃불을 붙이는 손님에게는 약 2만5천원 상당의 ‘청소비’를 부과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기차역에서도 노란선에 갇힌 흡연자
또한 연방정부는 일터에서 비흡연자가 요구하면 흡연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법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책상머리를 맞대고 벌어지는 직원들 간의 ‘흡연분쟁’을 회사가 중재할 법적 권한이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마련될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막강한 담배제조회사들의 로비와 연간 담배세 세수규모가 약 13조원에 이르는 독일 재무구조는, 이 법안이 각 주정부 대표로 구성된 상원에서 통과되는 데서 커다란 장애요인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경찰과 대치 중인 무리 속의 한 청소년이 타오르는 바리케이드에 담뱃불을 붙이는 모습과 함께, “Cool! (멋지잖아!)”이라는 자막을 덧붙이는 말보로의 극장광고는, 독일 사회가 흡연 억제를 위해 넘어야 할 높디 높은 장애물인지 모른다.
베를린=글·사진 강정수 전문위원 jskang@we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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