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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위에 우뚝 선 맥도널드 발칸기행(3) 세르비아에는 마피아만 활개친다… 베오그라드 시민들의 상처입은 자존심은 반미감정으로
1989년 6월28일, 200만명의 세르비아인들이 코소보 전투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코소보 벌판을 가득 메웠다. 이날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숨져간 라자르 황제의 뒤를 이을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1999년, 세계 최강인 미국에 맞섰던 세르비아 민족은 폭격을 당한 뒤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받고 무너졌다. 지난해 6월28일 코소보 전투기념일 새벽, 미국의 원조를 받는 조건으로 진지치 정부는 밀로셰비치를 헬기에 태워 보스니아의 미군기지를 거쳐 헤이그의 감옥으로 보냈다. 한때 클린턴·시라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세계적인 지도자로 부각되던 그가 이제는 반인류적인 범죄를 저지른 전범으로 기소되어 헤이그의 특별감옥에 갇혀 있다.
석·박사 받고 신문팔이
990004% 담배와 마약·무기 밀수, 인신매매가 발칸지역 마피아들의 단골메뉴다. 마피아들에게 민족분쟁은 양질의 토양이다. 마피아들은 오직 돈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뭉쳐 민족분쟁을 이용한다. 발칸분쟁 기간에 가장 빨리 성장한 부분은 조직범죄다. 이미 마피아 조직들의 영향력은 정치권을 압도하고 있다. 세르비아 총리 진지치가 마피아 조직과 가깝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유명인 납치사건도 빼놓을 수 없는 전후 세르비아 사회의 병이다.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걸쳐 벌써 5∼6명의 기업인들이 마피아 조직에 납치되어 엄청난 돈을 주고 풀려났다. 프랑스 자동차회사인 퓨조사 세르비아 현지법인 대표인 밀리아 발로보치가 납치된 사건은 세르비아 사회를 한동안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한달 동안 사라졌던 그는 1천만달러를 지급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런 무법천지에 대해 베오그라드의 주요 일간지인 <블리츠>의 범죄전문 기자 차슬라프 토마는 “사회의 시스템이 변할 때 갑자기 구멍이 생기는데 그것을 메우는 게 바로 마피아”라고 설명한다.
밖에선 전범, 안에선 영웅
베오그라드 중심가의 행상들이 판매하는 것 중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이 있다. 이것은 바로 헤이그 국제재판소에서 특별수배 중인 보스니아의 소수 세르비아 민족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와 믈라디츠 장군의 얼굴이 찍힌 티셔츠들이다. 7년 전부터 이미 두 사람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히틀러 이후 최대의 학살자로 수배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은 “헤이그에서 벌어지는 전범재판은 세르비아 민족 전체를 단죄하는 정치재판”이라고 비판하면서 헤이그 재판소의 권위를 부정하고 있다. 어쨌든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티셔츠를 통해서 이들이 세르비아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전범으로 낙인찍은 두 사람에 대한 엄청난 지지는 세르비아 시민들의 반미·반유럽 정서를 보여준다. 3년 전 나토의 폭격 뒤 거세게 밀려드는 미국화의 물결은 베오그라드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유고연방정부청사 맞은편에 들어선 맥도널드점은 세르비아인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존심 강한 대부분의 세르비아인들은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이곳에서도 미국은 똑같은 사업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폭격하여 잿더미를 만든 뒤 탱크와 전차를 앞세운 미군들을 보내고 그 다음 맥도널드·코카콜라 등과 선교사들이 뒤를 따른다. 우리나라도 일찌감치 경험했던 방식이다.
베오그라드=글·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ot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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