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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움직이는 세계 등록 2002.08.08(목) 제421호

[움직이는 세계] 아프리카 섬나라의 유혹

세이셸과 케이프 베르데가 제공하는 달콤한 휴식… 그들만의 독특한 혼혈문화도 볼거리

“평화스런 해변, 아름답고 부드러운 모래사장, 미풍에 흔들리는 야자나무들, 열대의 태양으로부터 여러분을 식혀줄 따뜻하고 매혹적인 바다.”(세이셸 관광청 홍보사이트)

바캉스의 계절, 월드컵 동안 흥분한 마음을 식혀줄 수 있는 조용한 열대의 섬나라는 없을까? 인적 없는 모래사장에서 야자나무의 그늘 아래 열대의 태양을 식혀줄 수 있는 곳, 휴대폰과 인터넷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곳에서 평화롭게 밀린 잠을 잘 생각이라면,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휴가지를 찾아야 한다.

유명가수 에보라의 고향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섬나라가 좋을 듯). △ 상주인구가 적어야 한다(50만명 미만의 나라). 조용히 잠 좀 자고 싶은데 자꾸 옆에 와서 말 시키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다인종·다문화 사회가 좋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여러 문화를 느낄 수 있고, 이방인들 속에서 또 다른 이방인을 느낄 수 있다. △ 대자연의 신비 속에서 나 자신도 대자연이라는 병풍 속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곳.

세이셸은 아프리카 동부 케냐로부터 1800km 떨어진 인도양의 섬나라다. 115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지만 면적은 445㎢, 인구는 8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도가 있는 마에(Mahe)섬에는 해변이 75개나 있다. 1835년 노예해방 이후로 아프리카·프랑스·마다가스카르·중국·인도 문화가 섞인 독특한 크레올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케이프 베르데는 400여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섬나라다. 케이프 베르데는 포르투갈과 아프리카 문화가 섞인 문화를 보여준다. 세네갈로부터 600여km 떨어진 아프리카 대서양에 있는 나라로 국기에도 나타나는 10개의 주요 섬과 5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 40만명, 해외 거주인구가 국내 상주인구보다 많은 나라다.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해양천국 세이셸과 별다른 특징이 없는 케이프 베르데. 포르투갈 선원들이 처음 케이프 베르데를 발견했을 당시에는 너무나 푸른 나라였기 때문에 베르데(녹색을 뜻하는 포르투갈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현재는 주기적으로 계속되는 가뭄으로 고생하는 나라기도 하다. 그렇다면 케이프 베르데라는 곳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보브 말리와 레게 음악이 있기에 자메이카라는 카리브해의 섬나라가 있듯이 세사리아 에보라(Cesaria Evora)라는 환갑을 바라보는 할머니 가수가 있기에 케이프 베르데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세명의 남편을 두었고, 하루 두갑의 말보로 담배를 피우는 에보라는 16살 때부터 고향인 사옹 비센테(케이프 베르데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의 중심인 민델로의 바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53살이 되어서야 국제적 명성을 얻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관록의 할머니 가수다. 늘 맨발로 무대에 서기 때문에 ‘맨발의 여왕’이라 불리는 에보라는 지금도 전 세계 순회연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름 없는 여행자가 되어 그의 고향 민델로의 어느 허름한 바에서 고향을 노래한 <사옹 비센테>를 들으며 할머니의 고통스런 경험, 가난, 이별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진실을 느끼는 것. 이 또한 참다운 여행의 의미가 아닐는지….

오염되지 않은 에덴동산

세이셸은 71년 처음으로 국제공항이 건설되고 비행기가 착륙한 순간 전 국민이 이를 지켜보며 감탄했을 정도로 외부세계와 교류가 없는 나라였다. 국토 면적의 46%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연미를 보존하는 때묻지 않은 열대의 천국. 프랑스의 유명한 해양학자인 자크 쿠스토는 아송션섬에서 해양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오염되지 않은 해양세계의 깨끗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이셸의 섬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환상 산호섬인 알다브라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섬에는 육지거북 15만마리가 살고 있고, 인간의 거주가 금지된 채 과학자에 한해 1년에 석달만을 공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 일컬어지는 프라랑섬의 앙스 라지오 해변도 가볼 만하다. 이 섬에는 여체의 모양과 기막히게 비슷한 ‘코코 드 메르’(Coco-de-mer) 라는 코코넛 열매가 생산되기도 한다. 세이셸은 인도양 항공로의 중심으로 매주 목요일 싱가포르에서 비행기가 출발하고, 런던·파리·요하네스버그·두바이·봄베이 등과도 쉽게 연결된다. Bon voyage! (봉 부와야즈, 여행 잘하세요!)

튀니스(튀니지)=김병국 통신원 ibnki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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