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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의 팔다리를 돌려다오 영국 국방부의 오랜 침묵을 깬 케냐 마사이·삼부루 부족민들의 끈질긴 투쟁
침묵과 부인으로 일관하던 영국 국방부가 마침내 부분적 책임을 인정하고 마사이족과 삼부루족 사상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영국군은 지난 50년 동안 영국과 케냐 양국 정부 간 협정에 따라 케냐의 아처스 포스트와 돌돌에 소재한 2곳의 군사훈련장을 이용해왔다. 그런데 훈련을 마친 뒤 불발탄 등을 제대로 수거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불발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훈련장 일대에 사는 마사이족과 삼부루족 유목민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는 사건이 빈발했다. 피해자 수가 정확하게 산출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50여년간 약 500명이 여러 유형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영국 국방부의 피해보상을 받는 부족민은 228명이다. 모두 450만파운드를 지불받기로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피해 정도에 따라 배상액이 차등 지급된다.
불발탄으로 목숨 잃은 어린이들
마사이족과 삼부루족의 피해실태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구호기구인 액션 에이드(Action Aid)가 영국의 법률회사에 배상 여부를 타진하면서부터였다. 의뢰를 받은 레이·데이 합동법률법인은 보츠와나의 석면광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성공적으로 받아내는 등 대인손해배상, 의료과실 등을 전문적으로 수임해온 법률회사로 명망이 높다. 지난해 3월부터 케냐에 전문가를 파견해 구체적 피해사례를 모으고 소송에 사용할 자료를 수집하면서 영국 국방부를 상대로 한 마사이족과 삼부루족의 3년간의 권리찾기를 주도하였다.
비슷한 소송 봇물 이룰듯
이런 획기적인 협상타결로 영국 정부가 식민통치 기간 중 케냐 원주민들에게 입힌 피해에 대한 소송이 봇물처럼 밀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대표적인 것이 케냐에서 키쿠유족이 중심이 되어 전개한 마우마우 무장항쟁 당시 영국군이 ‘앤빌작전’을 펼쳐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이다. 유목민이 불구가 된다는 것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박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록 뒤늦은 감이 있지만 영국 국방부의 결정으로 마사이족과 삼부루족 피해자들은 절반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헨트=글·사진 양철준 통신원 YANG.chuljoon@wanad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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