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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는 힐러리가 필요하다? 전통 깨고 컴퓨터 전문가를 왕비로 택한 모로코 국왕… 국가 발전에 여성 역할의 중요성 인식
부족동맹 수단으로 이용한 왕가 결혼
살마 베나니는 왕족이 아닌 평범한 대학교수의 딸로서 3살에 모친을 여의고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수도 라바트에 있는 컴퓨터 공학 전문대학원(ENSIAS)을 수석졸업한 뒤 모로코의 최대기업인 ONA에 컴퓨터 전문가로 들어갔다. 왕과 만난 뒤 3년 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신데렐라’와 같은 이야기지만 과거의 신데렐라가 가련청순형이었다면 모로코의 신데렐라는 미모와 능력으로 왕의 마음을 휘어잡은 현대판 신데렐라다. 결혼의 첫 번째 조건은 사랑이지만, 전통적으로 모로코에서 왕의 결혼은 상대부족을 내 편으로 만드는 정략적 목적으로 이용되어왔기 때문에(왕의 신붓감은 주로 베르베르족에서 선택했다) 수세기에 걸친 전통을 버리고 도시 출신의 컴퓨터 전문가를 왕비로 고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로코는 전통적으로 아랍족과 베르베르족의 동맹 정도에 따라 정치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왕의 주요 역할은 어떻게 하면 베르베르족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정부와 좋은 협조관계를 이룰 수 있는가에 모아진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가장 유력한 베르베르족 가운데서 왕의 배우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르러 중세기적인 사고방식으론 더 이상 나라를 이끌수 없게 됐다. 선왕인 하산 2세는 경제가 발달하면 국민이 왕조에 대해 반감을 가질까봐 나라를 그냥 후진상태에 머물게 했다는 설이 있다.
스페인과의 분쟁으로 열기 식어
보통 1주일 동안 열린 결혼식 축제가 이번 결혼에서는 3일로 준 점에서도 사고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번 결혼식 축제는 7월12∼14일 3일간 열렸는데, 결혼식 축제 바로 전날인 7월11일 모로코군이 모로코 근처의 스페인령 페레힐섬을 점령한 뒤 긴장상태가 고조되어 축제분위기가 많이 사그라진 느낌이 있다. 결혼식의 첫 절차인 지난 3월의 혼인신고식에는 가족만 참석하였다. 원래 결혼축제는 4월 마라케시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팔레스타인 유혈사태로 인해 연기되었다가 결국 7월에 열리게 되었다. 결혼축제 ‘알아르스’에서 모하메드 6세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서민들과 유리되지 않은 왕의 이미지다. 왕은 결혼식 날 전국에서 모인 200쌍의 커플과 동시에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친근한 이미지를 심으려고 노력했다. 페레힐섬 점령을 둘러싼 모로코와 스페인 간의 긴장상태 때문이었는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제외하곤 국가원수가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왕가는 모로코 왕족과 절친한 친분을 자랑하는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불참한 것에 대해 특히 섭섭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결혼축제를 더 화려하게 하기 위해 섬 점령을 결혼축제 전날로 잡고 강행했지만, 유럽연합은 결국 스페인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했다. 젊은 왕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진리를 결혼축젯날 배운 셈이다.
튀니스(튀니지)=김병국 통신원 ibnki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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