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아테네에서 ‘코레아’ 외치던 날 지구촌 월드컵 - 그리스
“그리스 이민 역사상 이런 날은 없었다”… 한국에 ‘축구강국’이라는 명예로운 이름표 붙어
스페인과의 경기가 끝난 뒤 전혀 모르는 그리스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 내용이다. 그는 나에게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한 것을 축하한다면서 식사 초대를 해왔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다.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한 뒤 한국인으로서의 값어치가 갑자기 치솟은 느낌이었다. 이외에도 그리스인들의 축하전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스인들의 축하전화
한국팀의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면 아테네의 작은 한국 교민사회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변했다. 한국팀이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을 연달아 격파해나가면서 현지 교민들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거리로 뛰쳐나갔다. 매번 대형 태극기를 앞세운 교민들의 차량이 경적을 누르면서 아테네 시내를 누비고 다녔다. 한번도 ‘대한민국’을 마음껏 외쳐보지 못한 그리스의 한국 교민들은 한국팀이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다녔다. 모든 교민들이 한국팀의 선전에 신바람이 났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스한인회 전 회장 한종엽 화백에게 한국팀의 승리가 주는 감회는 남다르다. 언어와 풍습이 특이한 그리스에서, 더구나 도움을 받을 만한 한국사람들이 전무한 상태에서 그리스 땅에 뿌리를 내린 그는 이민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화가였던 그가 무역업을 하는 사업가로 전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삶의 고뇌를 유추해볼 수 있다. 27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그는 한국 교민들이 한번도 제대로 기를 펴고 ‘코레아’를 외쳐본 적이 없다고 기억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리스 이민 역사상 한번도 이런 경사는 없었어요. 아테네 중심가에서 태극기를 흔들면서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나의 조국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더 이상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팀이 계속 승리하면서 그는 축화전화 받는 일로 하루를 다 보냈을 정도였다고. 한국-독일의 경기가 벌어지던 날 그는 한국 교민들이 입을 수십벌의 붉은 티셔츠를 자비로 마련했다. 응원장으로 가는 길에 그는 이날의 경기 결과에 대해 내내 조바심어린 마음을 드러냈다. “6·25에 독일 전차군단이라… 별로 기분이 썩 좋지 않은데…” 하면서 혼자서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길거리 카페는 임시 응원장
이제 그리스 사람들은 한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전에 한국은 자동차나 전자제품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축구강국’이라는 유명상표가 하나 더 늘었다. 그러나 한종엽 화백은 “자랑스런 한국인이 진정으로 자랑스러워질 수 있고 또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질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바로 민족통일”이라는 말을 남겼다.
아테네=하영식 통신원 youngsig@otenet.g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