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무장경찰, 새로운 관광상품? 테러와의 전쟁 이후 이집트 관광지 곳곳에 배치…외국인 드나드는 곳마다 삼엄한 경계
친미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유적지 곳곳은 물론 주거지역에도 쓰레기가 가득하다. 해질녘 나일강변은 데이트 중인 선남선녀들로 넘쳐나고 나일강에는 돛단배와 유람선이 흐른다. 야경을 집어삼킨 나일강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여기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 널려 있는 고대 이집트 유물들과 기독교 성지, 홍해변 곳곳에 자리한 천혜의 휴양지들이 이름값을 하고 있다. “나일강 물을 한번 마신 사람은 이집트를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이집트 곳곳을 누비는 한국 배낭족들은 이집트 전역에 널려 있는 고대문명의 발자취와 낭만을 찾아 분주하다. 이집트 여행정보 카페 ‘깡깡 이집트’ 등은 게시판조차 열기가 뜨겁다. 여행자들의 족보(선배 여행자들의 여행담과 여행정보를 뜻한다)를 얻기 위해 접속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관광대국 이집트조차 인티파다와 중동에 몰아치는 전쟁 위협으로 관광객들이 격감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이집트의 한국인 관광가이드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성지순례가 주를 이루던 한국 관광객들이 격감했기 때문이다. 인티파다가 일어났을 때, 아프간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설이 터져나왔을 때마다 한국 언론이 보여준 호들갑으로 위기감이 한반도를 덮은 덕분이었다. 그나마 요즘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감도 줄어들었고, 끝모를 인티파다의 종결을 기다렸다가는 여행할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에 지금이라도 가자는 비장한(?)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제는 인티파다라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분노한 민심이 언제 폭발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격화되어 가는 반미·반정부 세력이 언제 대규모 활동을 전개할지, 정부는 경계의 눈초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전국 주요 관광지에서 무장경찰들이 삼엄한 경계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집트는 22년 가까이 비상조치 상황이었지만 다시금 대테러 경계령이 내려졌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이집트 민심이반과 반정부 운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격화되는 인티파다, 미국의 편파적인 이스라엘 편들기, 이라크 공격 소식의 와중에도 이집트는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가 되고 있다. 민심은 볼멘소리를 한다. “매년 미국 편에 서주는 대가로 받는 20억달러 넘는 공돈은 다 어디로 간 겁니까?” 이집트 거리는 맥도널드, KFC, 피자헛에서부터 수많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과 대리점들이 즐비하게 넘쳐난다. 민심은 벱시(펩시를 이곳에서 부르는 말)를 마시면서도 미국이 싫다 한다.
맥도날드도 경계 대상
이집트 전역의 주요 유적지 진입로에는 당연히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다. 외국인이 탄 관광 차량에 대한 단속은 거의 없지만 현지인들은 예외없이 검문을 받아야 한다. 3급 이상의 호텔이나 외국인이 많이 출입하는 모든 장소도 다 경계 대상이다. 공항에서나 볼 수 있던 보안 검색대가 호텔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그럼 도대체 얼마만큼의 경찰병력이 관광객 보호와 테러 방지 업무에 투입된 것일까? 이집트 남부의 대표적 관광도시 룩소에 얼마 전 맥도날드가 새로이 문을 열었다. 여유있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우리에게는 보통 패스트푸드점일 뿐이지만 이집트에서 맥도날드는 고급 가족식당같은 곳이다. 이곳 출입구에도 3∼4명의 무장 경찰들이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멕도날드도 무장 경찰의 보호를 받는 것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두 세사람의 외국인이라도 즐겨찾는 곳이라면 대테러 예방 작전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 무장경찰에게 맥도날드는 그림의 떡이다.
무장경찰 따라가면 지도가 필요없어
주요 호텔이나 유적지 곳곳을 경계하는 무장 경찰들은 행복해보인다. 이들의 눈동자는 유난히 분주하다. 경계 근무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다. 이미 더워진 이집트, 서유럽 관광객들의 노출 가득한 현란한 옷차림과 볼거리 많은 몸매에 자꾸 눈길이 가는 모양이다. 유적지도 볼거리지만 유적지 곳곳에 널려있는 무장경찰 또한 관광객들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배낭족들이나 일반 여행자들에게 현재의 이집트 풍경은 몇가지 어부지리를 안겨준다. 일단은 호객꾼들이 성가시게 추근대는 모습이 예전에 비하면 거의 사라졌다. 곳곳에 깔려있는 경찰력이 이들의 움직임을 차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를 처음 여행하는 배낭족들도 이제 큰 걱정 하나를 덜 수 있게 되었다. 무장경찰들의 삼엄한 경계를 따라가면 유적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계가 삼엄한 곳일수록 이집트 정부에서 더욱 신경쓰고 있는 유적지일 것이고, 아울러 외국 관광객들도 더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티파다가 가져온 새로운 이집트의 풍속도.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그것은 얼마든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한다면 여행 또한 단순한 과거 따라잡기가 아닌 현재와의 만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집트 관광은 유적구경뿐 아니라 현재 세계의 아픔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카이로=글·사진 김동문 통신원 yahiya@hanmail.net
|
. | |||||||||||
|
|